[사설] (15일자) 법안심의 이렇게 방치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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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화급을 다투는 민생법안들을 심의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다. 물론 한달도 채 남지않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국회문을 열어놓고 개점휴업 상태로 일관하는 무관심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국회의 법안처리 지연으로 당장 민생현안 해결이 늦어져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하는데도 당리당략 차원의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오는 7월부터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려던 정책이 주택건설촉진법 개정 지연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로인한 피해자는 정부가 아니라 바로 내집마련을 갈망하는 무주택 서민들이란 사실이 문제다.
사채금리 상한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대부업법(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1년여 가까이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사이 고리사채로 인한 피해도 고스란히 급전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에게 안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 그 뿐인가.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 빌려쓴 예금보험공사의 차환용 채권발행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한 탓에 금융구조조정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법안을 비롯 철도구조개혁법안,가스산업 구조개편법안 등 경제개혁의 골간을 이루는 법안들도 무더기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행사의 안전과 직결되는 테러방지법 심의는 국회가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대변인을 통해 국회가 민생·경제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오죽 답답했으면 그같은 주문을 냈을까 싶다.
온 나라가 대통령 아들과 관련된 비리문제로 떠들썩하다.정당은 정당들대로 눈앞에 닥친 양대선거에 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정권쟁취를 위한 각 정당의 다툼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하면서 당당하게 싸워야 한다.
더구나 민생·경제법안들은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국민들의 피해를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결코 미뤄선 안될 일이고,또 당리당략의 볼모로 활용되어서도 곤란하다.
지난 6일 개회된 임시국회가 일주일이 넘도록 휴업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야는 의사일정조차 논의할 생각이 없는 듯싶다.
입건된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민생법안 심의에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