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워버그 의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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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워버그증권 조너선 더튼의 돌연한 '말 바꾸기'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4월2일 더튼의 보고서 '2002년 삼성전자 추정수익 상향'을 보자.이 때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추정 EPS(주당순이익)는 5만3천4백97원과 5만5천1백4원.올 2월 추정치보다 34%와 2.7% 올라갔다.
더튼은 12개월 목표가를 50만원으로 제시하며 '강력매수'의견을 냈었다.
이어 삼성전자가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22일.더튼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라는 부제가 달린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 EPS를 불과 20일만에 24%나 또 올렸다.
그리고 지난 9일.더튼은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EPS를 5만3천2백88원과 5만2천7백18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그리고는 증권업계에서 사실상 매도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Hold(보유)'로 투자의견을 두 단계나 떨어뜨렸다.
눈여겨볼 점은 4월2일자 보고서와 5월9일자 보고서의 올해와 내년 추정 EPS가 거의 같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4월2일 39만8천5백원에서 5월9일자 보고서 당시엔 36만2천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비슷한 EPS 추정 아래 주가는 더 낮은 상태인데도 투자의견은 '강력매수'에서 '보유'로 낮아졌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D램가 급락 등을 감안했겠지만 더튼이 어떤 경로로건 자신의 고객들이 삼성전자를 팔아치울 것이라는 낌새를 감지하고 수급과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의견을 꿰맞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객관적으로 분석,제시해야 할 애널리스트가 담당 종목의 수급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주가를)잘 맞히는 애널리스트'라는 평판을 의식했다는 혐의가 가는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국이 밝혀낼 정보의 사전유출과 자기매매 여부 등은 차치하고라도 더튼의 행동은 애널리스트의 본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다행히 빠르게 회복됐지만 한 나라 대표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줬던 점에서 당국과 시장이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될 것 같다.
박민하 증권부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