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검찰출두] DJ '허탈'...레임덕 빨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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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16일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이어 현직 대통령 아들이 두번째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홍걸씨의 구속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데다 차남 홍업씨의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김 대통령의 아들들이 잇따라 소환되고 한나라당의 공격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경우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나타나던 지난 97년 5월17일 현철씨가 구속된 이후 국정운영에서 거의 손을 뗄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후 여당인 신한국당에서 축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바람에 정부부처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각종 개혁정책도 당시 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표류하던 끝에 IMF 경제위기를 맞기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어떤 경우에도 국정을 흔들림없이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한 직후 한준호 중기특위위원장과 이석영 중소기업청장및 관계자 등 10여명으로부터 중소기업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소처럼 30여분간에 걸쳐 사안별 토론을 벌이고 '꼼꼼한' 지시를 내렸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홍걸씨 문제와 별개로 행정부는 국정수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월드컵 개최와 경제챙기기 등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며 각 부처 추진업무를 코드화해 진행상황을 월별 분기별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침통하고 찹잡한 모습이 역력했다.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홍걸씨의 검찰출두 모습을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비서실 사정감독기관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라며 "참회록을 쓰는 기분으로 광경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걸씨는 귀국 전 물의를 빚은데 대한 속죄의 뜻으로 논란이 돼왔던 미국의 집을 팔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홍걸씨의 아내와 두 아들도 집이 처분되는 대로 귀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