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장개방과 보완책 .. 安德根 <KDI 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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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德根
세계무역기구(WTO)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도하개발아젠다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세계통상체제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악의 보호주의 조치라고 평가되는 철강세이프가드를 부과한데 이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온 농업보조금 인상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미국의 철강세이프가드에 대해 6월18일까지 적절한 보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으면 무역보복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EU는 미국의 해외법인세제가 부당한 수출보조금이라는 분쟁해결기구의 판정에 따라 6월17일까지 최종적인 보복규모에 대해 WTO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통상마찰 증폭이 우리의 입장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다자간 통상규범을 기반으로 한 상호간 시장개방이 아니라 통상압력에 의한 일방적이고 불균형한 시장개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분명한 사실은 향후 WTO협상을 통한 다자간 방식이건,자유무역협정(FTA)추진을 통한 지역 또는 양자간 방식이건 우리 시장이 더욱 개방되리라는 점이다.
우리는 1967년 GATT에 가입한 이래 거의 20년간 국제수지 문제를 들어 국내시장 개방을 유보해 왔으며,수입선다변화제도를 통해 경쟁력 있는 외국-특히 일본-상품들의 수입을 규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수입장벽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농산물과 서비스산업 분야에서도 전례없는 시장개방을 맞을 전망이다.
우리 경제전반의 수입경쟁에 대한 노출은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순기능도 있으나,비교우위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을 불가피하게 한다.
즉 교역상대국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부문에서는 수출 증가로 실질소득 상승과 규모의 경제에 따른 경쟁력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으나,비교열위에 있는 산업부문에서는 수입증가에 따른 생산 감소와 실질소득 감소 등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우리의 수출입구조를 결정짓는 요소는 절대우위가 아니라 비교우위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전반적인 농업부문의 생산성이 현재보다 2배 향상되는 경우에도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과 견주어 우리 경제가 제조업부문에 '비교'우위가 있는 경우 여전히 우리는 농산물 수입국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기업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서비스산업부문의 생산성이 우리의 주력 수출 제조업분야 생산성보다 증가하는 경우에도 주요 서비스산업 수출국들과 견주어 여전히 '비교'우위가 제조업에 있으면 우리는 서비스 수입국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WTO 또는 FTA에 의해 이루어질 수입개방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에 대비하기 위해 무역에 의한 구조조정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이미 62년 무역확대법에서 무역에 의해 야기되는 구조조정 지원제도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당시에는 별도의 구조조정 지원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이러한 제도들의 개선 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 의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우리의 경우 기본적인 제도조차 확립돼 있지 않다.
우리의 실정과 여건에 맞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야 하겠으나,적정 지원 및 보상 기준,무역에 의해 야기되는 장기 실업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에 대한 지원,재취업시 소득 감소분의 보전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한·칠레 FTA 협상 등을 겪으면서 우리사회도 이제 조금씩 수입개방에 따른 산업구조재편 문제를 실감하고 있다.
대부분 통상정책에 따른 이해조율과정에서는 피해부문의 이해가 더욱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우리의 경우 적절한 보완과 지원을 위한 안전망대책이 미비하여 사안의 결정에 피해부문의 이해가 과도하게 반영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통상이해조율 문제를 극복하고 향후 가속화될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dahn@kdischoo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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