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휘둘리는 한국증시] (5).끝 '워버그파문'의 교훈
입력
수정
"5월17일 현재 '△△회사' 주식을 1%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회사 관련자료를 기관투자가 또는 제3자에게 사전 제공한 사실이 없습니다.
이 자료의 조사분석담당자는 또 주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요즘 나오는 증권사 보고서 첫머리에서 볼 수 있는 문구다.
이달부터 시행된 '증권사 영업행위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특히 '워버그 파문'을 계기로 증권사의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가 더 강화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외형적인 규제와 허술한 사후관리를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없진 않지만 새로운 흐름임에 틀림없다.
증권사들은 내부적으로 자율규제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종목추천 대가 수수금지 △담당종목에 대한 매매금지 △보고서 작성시 결재권자 승인 후 공표 및 결재일시 기록 △추천종목 공표 후 24시간 동안 자기매매금지 등이 골자다.
이를 지키기 위해 증권사들은 준법감시팀을 두고 있다.
준법감시팀은 임직원들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취하고 임직원 증권저축 계좌까지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최근들어 임직원의 모든 통화를 녹음하거나 회사내부에서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LG투자증권은 매일 갖는 '아침회의'에 자기매매를 맡는 트레이딩팀의 참석을 금지시켰다.
또 모든 보고서는 배포시점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다.
증권업협회도 업계 차원에서 준법감시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증권사 책임자들은 오는 22일 회의를 갖고 △추천종목 공표이전 자기매매 금지방안 △리서치부서와 기업금융 부서간의 방화벽 구축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증권사 준법감시팀 관계자는 "규정이 강화돼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감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솔직히 각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예를들어 임직원의 위법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선 자기계좌(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계좌)를 모두 조사해야 하나 임직원과 배우자 명의의 계좌 외에는 조사권한 자체가 없다.
애널리스트가 보고서의 주 내용을 특정고객에게 메신저 등을 통해 사전 귀띔해 주는 것을 막을 수단도 없다.
애매모호한 규정도 문제다.
애널리스트는 종목추천과 관련,금품·향응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기업의 해외설명회(IR) 참석시 기업의 항공료 보조 등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 담당임원은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업계 차원에서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다각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는 감독당국의 레이더 범위 내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다.
뿐만 아니라 내부 감시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의 준법감시인은 1명뿐이다.
겉모양새만 갖췄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한국 증시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외국계 증권사들도 준법감시제도 등 내부통제시스템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2의 워버그 파문이 생겨선 안되기 때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