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끝없는 사은행사 경쟁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이른바 '빅3'백화점은 올해 초 입을 맞추기라도 한듯 '내실경영' 또는 '효율경영'을 표방하고 나섰다. 백화점협회 김정 회장도 지난달 취임 일성으로 "제살 깎아먹기식 세일·사은행사를 업계 자율로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 위주의 선진경영으로 유통업의 낙후된 이미지를 쇄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것. 그러나 연초의 다짐은 구호로 그치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올해도 매출지상주의의 굴레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 늘리기 경쟁이 심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백화점업계 맏형인 롯데백화점의 경우 매출을 올리기 위해 사흘에 이틀꼴로 자사카드 사은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숨돌릴 틈도 없이 사은행사를 벌인다. 롯데는 4월 4∼14일,19∼28일,5월 3∼12일 잇따라 자사카드 사은행사를 열어 이불 프라이팬 상품권 등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더니 지난 17일부터 또 10일간의 행사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도 다를 바 없다. 정도는 덜하지만 사은행사에 매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 3∼12일에 이어 오는 30일부터 또 자사카드 사은행사를 열 예정이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은행사 남발에 대해 "업계의 오랜 전통인 '3비(比)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비란 '전년대비,계획대비,타사대비'를 일컫는 말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1년전에 비해,계획에 비해,경쟁사들에 비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백화점들은 지난달부터 매출신장세가 둔화되자 다시 사은행사에 매달리고 있다. 사은행사로 '3비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잦은 사은행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행사비를 대야 하는 백화점으로선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한 백화점이 사은행사를 시작하면 경쟁관계에 있는 백화점들은 수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뒤따를 수밖에 없다. 고객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 당장은 사은품이나 경품을 챙길 수 있어 좋아보이지만 행사에 들어간 비용은 어떤 형태로든 제품값에 전가된다. 백광엽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