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걱정스러운 원화절상 속도

원화강세(환율하락)가 되살아나고 있는 수출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경기가 회복되고 수출이 늘면 통화가치가 어느 정도 올라가게 마련이지만 최근의 원화강세는 꼭 그런 유형으로 보기도 어렵다. 13개월동안 수출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다가 증가세를 보인 것이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러하다. 지난 17일 원화환율은 달러당 1천2백61.6원으로 15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12일( 1천3백32.0원)에 비하면 한달 사이에 5.3%나 평가절상됐다.무역협회의 조사를 보면 벌써 적자를 내는 기업이 10.7%나 되고 수출 채산성이 악화된 기업이 60%를 넘는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니다. 원화강세는 쉽게 진정될 것 같지도 않다. 원화강세를 불러온 요인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확대와 달러화 약세이지만 미국 사정이 나아질 조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원화환율이 3개월이내에 1천2백30원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빠른 속도의 원화절상은 여러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우선 지난달 14개월만에 전년동기비 9.7%의 증가율을 보였던 수출을 다시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환율동향에 민감한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등의 타격이 심할 것이란 산자부의 분석은 그런 걱정을 더하게 한다. 수출과 경기회복이 부진해지면 주식시장에 참여한 외국인은 차익실현과 함께 환차익까지 노려 주식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마저 혼란에 빠지게 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최근의 원화강세는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다. 정책당국은 마땅히 단계별로 적절한 처방을 제시해 환율문제로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은 첫단계가 구두(口頭)개입일 것이다. "급격한 환율하락은 바람직하지 않고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17일의 재경부?경고?는 기대했던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시장 일부에선 정부가 경기과열을 우려해 환율하락을 오히려 반길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없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정책당국은 수출과 투자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수출지원에 대한 정책의지를 거듭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경우에 따라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로 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