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회피 vs 시장참여

수급과 심리가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증시는 지난달 중순 이래 모멘텀 공백 현상이 이어지면서 수급여건의 변화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수출회복 등 기대했던 펀더멘털 개선은 지연되고 지난해와 같은 풍부한 유동성의 힘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뚜렷한 매수주체 없이 뉴욕증시나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 따라 하루하루 바뀌는 매수주체, 그리고 작은 충격에도 크게 반응하는 위축된 투자심리가 조정국면을 입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가 별다른 저항없이 급락했다. 종합지수는 60일, 20일 이동평균선이 차례로 붕괴되면서 챠트가 망가졌다. 당분간 리스크 관리가 우선임을 알리고 있는 것. 증시는 그러나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할 전망이다. 테러위험, 주가조작 등 외부충격에 대한 내성이 길러질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주가가 가격메리트 발생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리스크 회피와 시장 참여간의 선택이 필요하지만 외부충격이 악재를 불러내 추가 하락이 진행될 경우 저가 매수의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체계적 위험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부분이고 바닥을 알 수 없다면 어느 정도 리스크는 안고 가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수급과 가격 사이 = 21일 증시는 투자심리 악화에 따라 수급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투매 양상이 빚어졌다. 그러나 전반적인 매도세가 강했다기보다는 매수세가 약했다는 평가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추가 테러를 언급한 상황에서 세계은행이 탄저균 우편물로 건물 일부를 폐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주가조작 혐의로 코스닥등록 기업인 넥스텔의 회장이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급속히 얼렸다. 이 같은 투자심리 위축은 수급균열로 이어졌다. 외국인은 지수선물시장에서 매수포지션을 빠르게 줄였고 이에 따라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을 청산되고 대량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증시에 ‘탄저균 공포→뉴욕증시 하락 우려→외국인 선물 포지션 정리→시장베이시스 악화→프로그램 매물 출회’라는 악순환이 나타나며 무차별적인 폭락장이 연출됐다. 증시는 그러나 이틀간의 매도차익잔고 청산에 따른 수급부담 해소와 가격메리트라는 위안을 받았다. 박스권 대응 전략이 가격을 기준으로 한 짧은 접근이라고 할 때 매수시기를 가늠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 시황분석팀 조덕현 차장은 “주식시장에 발을 딛고 있는 이상 예측불가능한 충격으로 인한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추가 하락을 업종대표주에 대한 저가 분할 매수의 기회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조정에서 두 차례 지지력을 확인한 종합지수 800선에서 투신권의 저가매수세와 국민연금 등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급에 의해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수출회복 vs 원화강세 = 5월 수출이 기대 이상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중립적인 효과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던 원화강세는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환율수혜주와 수출관련주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20여개월중 처음으로 하루 수출 신고액수가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9.7% 증가하며 전년 동월대비로 14개월만에 증가세를 보인 바 있는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하며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 급락이 당장 수출에는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으며 일부 업체들이 환율의 추가 하락에 대비해 수출을 앞당기는 전략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외국인은 현대차, 삼성전자, 삼성SDI 등 대표적인 수출관련주를 나란히 순매도 순위 상위에 올렸다. 반면 은행 등 금융주 비중을 확대해 환율 급락에 따른 포트롤리오 재편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왔다. 현대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최근 환율 하락이 수출 펀더멘털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달러 약세로 가격경쟁력 악화가 최소화될 수 있고 수출 주력기업의 경쟁력이 가격에서 품질 및 브랜드 우위로 이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원은 “영업 및 경상측면을 고려한 수혜종목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국전력, POSCO, SK, S-Oil, 제일제당 등에 관심을 갖되 원화 강세가 반도체, 자동차 등 대표종목 주가 하락으로 작용한다면 이들 종목의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