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국면 맞는 현대 증권3社 매각] '新株-시가' 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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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투증권 해외매각 협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현대증권이 신주를 AIG컨소시엄측이 아닌 다른 투자자에도 주당7천원에 넘길 수 있는 근거를 정부가 마련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1월 AIG와의 협상 결렬후 사실상 '잠수'했던 현투증권 매각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현투증권 인수를 위해 한 미국계 투자금융회사가 실사에 들어가는 등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
향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헐값매각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올들어 현대증권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지난해 9.11테러 직후의 주가를 근거로 산정한 발행가를 그대로 적용, 매각을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새로 마련된 규정 =유가증권 발행·공시에 관한 규정중 유상증자 발행가액 적용특례를 명시해 놓은 것은 57조 3항이다.
금감위는 발행가를 결정할 수 있는 이 특례조항에 금융감독위원장이 인정한 경우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위원장 승인만 있으면 유상증자 발행가 제한이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다.
지금은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 △기업개선작업 업체의 출자전환 △예금보험공사 출자 △금융권 경영정상화 대상업체의 제3자배정 증자 등 4개에 한정돼 있다.
유상증자 발행가는 기준주가(1개월 평균주가, 1주일 평균주가, 종가)에 할인율을 적용, 결정된다.
일반공모 할인율은 30%, 제3자 배정땐 10%다.
◆ 협상 걸림돌 해소 =미국계 투자금융회사와 재협상을 벌이는 금융당국은 두가지 문제에 맞닥뜨렸다.
현대증권 유상증자 발행가 산정의 적법여부와 협상주체의 동일성 문제다.
현대증권 신주 발행가는 8천9백40원으로 결정됐다가 9.11테러 직후 주가가 급락하자 7천원으로 재조정됐었다.
문제는 현대증권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올들어 1만∼1만4천원을 형성, 기준주가는 어림잡아 1만∼1만2천원선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할인율(10%)을 적용하면 1만원선이 된다.
AIG측과의 합의가격을 염두에 뒀던 미국계 투자금융회사로선 가격문제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협상주체의 동일성 문제도 매각협상 진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현대증권 신주의 제3자 배정대상은 여전히 AIG컨소시엄이다.
현대증권 이사회는 지난 3월 국제평가기관에서 AIG측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한 인수 후보자에 AIG측과 동일한 협상권을 주기로 결의했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두가지 이유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관련규정 개정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례를 만들어 현대증권 유상증자 발행가의 적법성과 협상대상의 동일성에 대한 근거를 동시에 마련한 것이다.
◆ 남아 있는 논란의 불씨 =이번 규정 개정방침은 헐값시비를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않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측은 "회사경영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 여건이 달라졌다"며 최근 법원에 매각협상 중단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유상증자 발행가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증권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9.11테러 사태이후 발행가를 낮췄던 것 처럼 최근 주가 오름세를 발행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