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노동계, 대국적 자세를..金昌星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민주노총은 22일부터 금속노조 화학섬유연맹 보건의료노조 민주택시연맹을 중심으로 연쇄파업에 돌입했다. 한국노총도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직장의보노조와 관광노련 등도 5월말 파업에 적극 가담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번 '시기집중 파업'은 표면상 임단협을 요구하는 투쟁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중단,특정 노조간부의 석방 등 개별 사용자가 처리할 수 없는 사항을 요구하는 정치파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는 대(對)정부 투쟁이며 정당성 없는 명백한 불법파업이다. 이처럼 노동계가 동시 불법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섬에 따라 국가경제와 산업현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매년 계속되는 노동계의 공동불법파업의 행태는 그동안 우리경제의 발전에 심각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기업의 생산활동중단으로 인해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친 것은 물론 국가경제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에도 결정적인 악영향을 주었다. 특히 올해 국가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 정상화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고,대외적으로는 '2002 월드컵'이라는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노동계의 연대파업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노동계의 시기집중 불법 연대파업은 월드컵이라는 국가대사를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전략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같은 우리의 상황에 비해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노사관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일본의 노동조합은 춘투 등 강력한 투쟁없이 협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올해 최대 관심은 역시 임금인상,근로조건 개선보다는 고용보장이 가장 큰 이슈로 되어 있지만,이들은 월드컵을 볼모로 삼고 있지 않다. 이는 노조도 그만큼 경제발전의 한 축임을 깊이 인식하고 국가경제를 위해 집단이기적인 자세를 버리고 대국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의 노동계 지도부는 일본처럼 협력적인 관계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당연히 요구되는 합리적인 노동운동 수준에조차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 노동계가 대국적인 자세를 가지고 매사를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원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서울지하철 등 일부 공공사업장과 자동차노련은 월드컵 기간중 무파업을 선언했으며,또한 서울대병원은 노동계 상급단체의 부당한 시기집중 파업지침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에게도 합리적 노사관계를 가능케 하는 하나의 희망있는 징후로 간직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노동계의 불법파업에 대해 의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미 정부가 수차례 입장을 밝혀 왔듯이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의법조치를 해야 한다. 만약 미봉책을 쓴다면 당장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다른 문제에 바로 봉착할 것임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또한 정부가 부당노동행위 사업장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감독을 하겠다는 방침이 자칫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교섭력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배려가 요구된다. 경총은 이같은 노동계의 월드컵 시기 총파업투쟁에 대해 경영계 대응지침을 마련해 각 사업장이 이번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일부 노조에 대해서는 사전에 강력 경고토록 하고,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조치,가처분제도 및 대체근로 활용,무노동무임금원칙 적용,징계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지금은 경제가 회복추세에 있다. 그리고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행사는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호기이며 하나의 계기라고 모든 국민들은 믿고 있으며,그래서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도 이러한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동계가 월드컵 기간 중 파업으로 역사의 비판을 받는 길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파업을 중단하고 성공적 개최에 합심 협력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