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티븐 제이 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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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굴드는 컬럼비아대에서 고생물학(버뮤다제도의 화석달팽이)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에서 생물학과 지질학을 가르치는 한편 잡지 '내추럴 히스토리'에 칼럼을 써 과학 대중화에 앞장섰다.
'판다의 엄지''풀 하우스'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굴드 이론의 기본틀은 진화를 진보가 아니라 우연히 생겨난 종의 변이와 그에 따른 다양성의 증가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진화란 '사다리 오르기가 아니라 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이며 따라서 진화론에 의거,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진보주의적 세계관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와 함께 그는 과학을 성별이나 인종 차별의 근거로 쓰려 한 모든 시도를 비판했다.
'넓은 모자와 편협한 마음' '여성의 뇌'라는 글을 통해 뇌의 크기(무게)로 지능을 평가함으로써 백인과 남성의 우월성을 확인하려던 이들의 오류를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속속들이 반박했다.
월트 휘트먼의 뇌는 1천2백82g,아나톨 프랑스는 1천17g이었고 아인슈타인의 뇌 크기 역시 평범한 남성의 범주에 속했다는 설명이다.
여자나 흑인은 머리가 작고 당연히 지능도 낮다는 걸 담은 자료가 실은 백인남성 아프리카부시맨여성 고릴라뇌 크기를 잰, 조작된 것이었다는 내용도 밝혔다.
그런가하면 21번 염색체의 미분리로 인해 생기는 만큼 인종과는 아무 상관 없는 '다운증후군'(트리소미21)을 오랫동안 '몽고백치' '몽고증'으로 부른 것도 서양인의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 내지 비하의 발로라고 꼬집었다.
굴드는 인류가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는 것 또한 다른 동물보다 진보해서가 아니라 어느날 나타난 돌연변이 덕이라며 너무 잘난 체 말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겨우 60세를 넘긴 굴드의 타계는 아쉽기만 하거니와 국내에서도 과학의 중요성과 한계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그 결과 과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학자들이 늘어났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