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근로자도 지방中企 외면 .. '二重苦' 겪어

수출 증가 등으로 기업 경기가 호전되면서 지방 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일손 부족으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다. 지방 중소기업들의 경우 서울 인력들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지방 인력마저 경기가 풀리면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들어선 외국인 인력까지 지방을 기피하고 있어 인력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정부가 29일까지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신고를 통해 내년 3월말까지 26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들을 전원 출국시킬 방침이어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수도권의 대표적 중소기업 단지인 인천 남동공단에는 곳곳에 인력을 구한다는 현수막과 벽보가 어지럽게 나붙어 있다. 주안 공단에 있는 K통신은 1년째 사원모집 플래카드를 회사 담벼락에 붙여 놓고 있지만 올들어 모집목표 30명중 3명만 겨우 채용했다. 이 회사는 일손 부족으로 한 명의 사원이 많게는 두세개 공정을 맡으면서 생산성 하락과 불량률 증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비디오 헤드드럼을 생산하고 있는 광주 하남산단내 세협테크닉스도 필요 인력의 80%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독자 개발한 진공다이캐스팅 제품으로 삼성과 대우전자 등에서 월 2백50만개의 주문을 받고 24시간 풀가동에 들어갔지만 인력 부족으로 월 2백만개밖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절단절곡기를 생산하고 있는 건우기계 나인찬 사장은 "신문에 취업공고를 다섯번 냈으나 문의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3D 업종의 경우는 이같은 경향이 더욱 심각하다. 국내 근로자들은 취업 자체를 아예 기피하고 있으며 외국 근로자들은 월급 인상을 요구하며 태업까지 벌이고 있어 사장이 작업장에서 직접 일하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상황이 이같이 악화되면서 중기협 지부에는 외국인 연수생 배정 확대를 요구하는 업체들의 전화가 빗발쳐 담당자들이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기협 대구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관련 전화가 하루에 30∼40통 이상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충남중기지원센터에서 중기협 대전충남지회 주최로 열린 '외국인 산업연수생 활용 업체와의 간담회'에서 외국인 연수생 배정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중소기업 사이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천안의 H사 K사장은 "지난해부터 외국인 연수생을 활용하고 있으나 배정 인원이 제한돼 있는 데다 수급도 원활하지 못해 공장 가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감안해 외국인 연수생 배정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임금도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목공 철근공 미장.조적공 등 건설현장 기술자의 일당이 지난해 9만∼10만원선에서 15만원으로 치솟았고 잡부 일당도 6만∼7만원선으로 지난해 대비 2만원 가량 올랐다. 최근에는 불법체류자들의 임금이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병우 울산중소기업협의회장은 "중소기업의 인력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불법체류자 처리에 대해 융통성을 부여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집단합숙소 설치 등으로 이들이 제조업 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며 방위산업체 병역특례자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