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쉬는 사람들의 몫 .. 홍성일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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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i@kitc.co.kr
요즘 주말판 신문을 보면 산이나 바다와 같은 멋진 여행지 소개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그러한 기사의 시원스러운 사진에 한동안 시선이 머물 법도 하다.
현대인 누구나 한번쯤 반복되는 자기 업무의 과중한 피로에서 잠시 벗어나기를 꿈꿔보지 않을까.
그러나 건전한 생활인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와 책임감의 무게에 눌려 그 꿈은 연신 고개를 숙였으리라.
그렇지만 이제 그러한 희망은 꿈이 아닌 현실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일을 위한 휴식'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는 7월1일부터 시작될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가 그 출발인 셈이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금융기관의 주5일 근무는 다른 산업 전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각각의 기업 특성과 경영환경에 따라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노사 모두의 공감 속에서 시행될 때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사실 한국전쟁을 겪은 폐허의 땅에서 우리나라가 이정도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쉬지 않고 일한 국민들의 피와 땀 때문이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 국민의 생활양식은 많은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쉬고 여행하기 위한 휴일이 아니라 그 휴일을 얼마만큼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쉬는 것도 방법이 필요하고 노는 데도 문화가 있다.
휴식의 방법론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휴식이나 휴양은 단순히 업무나 활동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그쳐서는 안된다.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이라는 말 그대로 쉬는 것을 통해 다시(Re) 창조적인(creation) 삶을 살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필자는 CEO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직원들이 더 많은 시간을 회사를 위해 일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직원 개개인의 경쟁력이 곧 조직의 경쟁력인 시대다.
휴식을 통해 더 큰 생산성만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을 주저하랴.이제 공은 근로자 개개인들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나태한 휴식은 금물이다.
마땅히 가족과의 행복,건강한 심신,미래를 향한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믿는다.
각자의 창조적인 휴식 활용방법은 결국 쉬는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