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로] (15) '스타일리스트' .. 유은경씨

"(김)건모 오빠 주황색 치마바지 본 사람 없어요?" "이 시계는 (구)본승이가 찰 거니까 잘 챙겨 주시고요." 스타일리스트 유은경씨(35). 일반인들에겐 그저 화면 속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톱스타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그의 모습이 마치 친남매를 대하듯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스타일리스트는 연예인들에게 그들 만의 독창적인 컨셉트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창출해 주는 토털 코디네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연예인의 스타일을 창조하는 연출자나 마찬가지죠." 수많은 '별'들이 떴다 지는 살벌한 연예계에서 톱스타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의상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등 일관된 이미지를 팬들에게 각인시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스타일리스트는 보고 느끼는 즐거움의 대상을 넘어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기 연예인들을 제대로 '포장'해야 한다. "자기를 희생해 화려한 빛을 만들어내는 수정 프리즘처럼 쉴새 없이 몰려드는 피로와 긴장감 속에서 일해야 합니다. 타고 난 미적 감각을 가져야 하는 전문직인 동시에 어떤 면에선 자신보다 남을 우선해야 하는 서비스직이기도 하죠." 유씨는 현재 김건모 코요테 구본승 등 신세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하나의 컨셉트에 따라 그들 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제 연예인과 스타일리스트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가 됐습니다. 티셔츠 한 장을 사더라도 꼭 저와 상의할 정도니까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상은 물론 플라스틱 귀걸이 하나까지 모두 꿰뚫고 있어요." 한 연예인의 스타일을 창조하기 위해선 그들이 가진 생각과 매니지먼트 회사가 원하는 홍보방향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성품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접 디자인한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선택한다. "원단부터 단추 하나까지 모두 직접 구입합니다. 의상실을 통하지 않고 공장에 직접 맡기니까 힘은 들어도 비용이 훨씬 줄지요. 무엇보다 내 의도에 1백% 부합하는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하는 거고요." 대학에서 생활미술을 전공한 유씨는 졸업 후 개인 매장을 열고 청 소재 의류에 직접 그림을 그려 팔았다. 그의 옷이 연예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스타일리스트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고 듀스 현진영 등 당대 최고의 힙합가수들과 일하면서 연예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서태지와아이들이 입고 나와 히트를 친 가격표 붙은 의상과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정우성이 입은 하와이안 셔츠도 그가 창조해낸 스타일이다. 그와 작업한 연예인마다 최고의 인기를 얻으면서 연예계의 또다른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대 뒤의 보이지 않는 스타제조기'란 평을 얻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죠. 그 미묘한 경계선상에서 연예인들과 돈독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갈채를 받는 연예인을 보면서 조용히 자기만족을 찾는 프로정신도 스타일리스트가 가져야 하는 필수 조건입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