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민 서포터스 .. 김범수 < NHN 공동대표>

얼마 전 프랑스와의 경기를 볼 때 일이다. 붉은 옷에 붉은 머플러를 두르고 코리아를 외치는 수많은 붉은 악마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붉은 물결 속에 무척이나 대조적으로 프랑스 대표팀의 유니폼 색인 파란 옷을 입고 프랑스를 응원하는 까만 머리의 응원단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저 사람들은 프랑스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인가. 그렇다고 우리나라를 배신하고 프랑스를 응원한단 말이야라며 무심히 흘렸는데 이후 중국 브라질 등의 외국팀이 공항에 도착하는 뉴스 화면에서 그 사람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국적은 분명한 한국인이지만 외국팀을 지원하는 외국팀 응원단, 이름하여 '시민 서포터스'. 이번 월드컵 '시민 서포터스'는 한.일 양국의 정서를 담아낼 상징물을 찾던 양국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외국팀 응원단을 부르는 말이다. 광주에는 스페인 서포터스, 대전에는 폴란드 서포터스 등 월드컵이 열리는 도시마다 각 팀들의 서포터스가 결성돼 벌써 이런 시민 서포터스의 숫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통해 각기 다른 대륙에서 날아온 선수들에게, 특히 튀니지 코스타리카 슬로베니아 등 외국 원정경기가 아직 익숙지 않고 자국의 응원단이 많이 올 수 없는 나라의 선수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낯설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선수들에게 자국의 깃발을 들고 자신들을 응원해 주는 시민 서포터스들은 고향의 포근함을 안겨줄 것이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그들에게 한국은 얼마나 따뜻하고 정이 많은 나라로 기억될 것인가. 이런 시민 서포터스야말로 참 아름다운 풍경이고 월드컵을 진정한 세계인의 축제로 만드는 작지만 큰 움직임이다. 동방 아침의 나라에서 만나는 따뜻한 인간애, 이런 모습이 바로 월드컵을 개최하는 국민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아닐까 한다. 스포츠의 3대 요소는 경기종목, 선수, 그리고 관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동경기에 있어서 관중과 응원은 엄청난 파워를 가진다. 홈 구장에서 경기에 임할 경우 자신을 응원해 주는 관중들의 힘에 의해 평소보다 10% 높은 전력을 보일 수 있다는 홈어드밴티지만 보더라도 경기에 있어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월드컵 기간에는 붉은 옷만 입자, 심지어 붉은 과일인 딸기나 토마토주스만 마시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듯 모두가 우리나라의 승리와 응원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서포터스는 반갑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들은 단순히 외국팀을 응원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후원하는 팀의 공항 환영식은 물론 훈련캠프 방문을 통한 격려,그리고 관광안내까지 맡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