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사 파이어니어] (12) 한성수 < DPI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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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강성' 노조보다는 '강한' 노조를 만드는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루표'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페인트.잉크 제조업체 DPI의 한성수 노조위원장(45).
과거의 맹목적인 노동운동을 지양하고 회사 경영에 대한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영향력 있는 노조가 될 수 있다는게 그의 노사관이다.
지난 91년 3대 노조위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경기 지역에서도 이름난 강성 노조원이었다.
회사측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공장가동을 중단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과격한 행동은 오히려 대다수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
새로운 노사관 정립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 것도 이때였다.
"회사의 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노조원들의 생각을 읽지 못한채 과거 노조의 구습을 이어가려고 했다는게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어요. 자성의 계기로 삼고 노조원과 근무현장에 다가서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의 이같은 변화를 두고 일부에서는 '변절자'라고 비난했지만 명분보다는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 놓지는 못했다.
96년 5대 노조위원장으로 재취임했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노조위원장으로 재취임하던 그해 일어난 안양공장 대형화재와 이듬해 찾아온 IMF 외환위기는 회사를 낭떠러지로 몰고 갔다.
최대 수요처였던 기아자동차와 한보철강이 부도처리 되면서 공장가동률이 50% 밑으로 뚝 떨어졌다.
회사 존폐의 위기에서 노조가 구조조정에 앞장섰다.
한 위원장은 50대 이상의 중·장년 근로자를 한명 한명 직접 만나 명예퇴직을 설득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반드시 다시 복직시키겠다는 경영진과의 약속이 있었기에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약속을 지켰고 99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원 복귀가 이뤄졌다.
이러한 희생의 결과 회사도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해에는 창사이래 최고의 경영실적인 2천53억원 매출에 1백59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DPI 노조는 신바람 99, 챌린지 네오 2000, CREAT DPI 2001 등 회사 경영목표와는 별도로 해마다 새로운 테마를 정해 의식개혁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인사제도 개혁, 재고감축연구, 품질개선활동 등 회사의 핵심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 노조와 회사의 역할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명분없이 노와 사를 구분짓는 자체가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됩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