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히딩크는 보통사람?

폴란드와 결전의 날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의 심기가 극도로 날카로워지고 있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은 지난 1일 오전 훈련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 도중 한 여기자가 쓰고 있는 모자를 직접 손을 뻗어 벗기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주변에선 이를 두고 '최용수 항명의혹'을 제기한 소속 신문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해석했다. 여기자가 소속된 그 신문은 지난달 31일 1면에 '독수리 최용수가 훈련에 불참한 것은 히딩크에 대한 불만성 시위라는 인상이 짙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었다. 여기자는 갑작스레 당한 일에 어쩔줄 몰라했고 주변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히딩크 감독은 이같은 항의에 대해 "대표팀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선 좌시하지 않겠다"고 직접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최용수와 관련해서는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해 그동안 재활에 전념했다.최용수는 항상 의욕에 넘쳐 있다"고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은 곧 평정을 찾은 듯 여기자에게 여러번에 걸쳐 사과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쓴 기사는 저급 언론이며 그러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불쾌함을 계속 드러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틀전 기사가 나간후 선수단 전원을 소집,일제 함구령을 내렸던 그는 "선수단 모두가 기사를 본 뒤 사기가 말이 아니다.폴란드와의 경기에 패인이 된다면 언론이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난 1년반동안 한국축구대표팀의 환골탈태를 이끌어 온 맹장 히딩크. 그 마저도 '한국의 월드컵 16강'이란 대사를 앞두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