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중국 4일 동시 출격

한국 일본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치욕적인 수모를 당한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4일 나란히 월드컵 조별 예선리그 첫 경기를 갖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국이 '첫 승 신고식'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격만을 남겨 두고 있다. 그동안 한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축구는 번번이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 등 선진 축구와의 현격한 실력차를 절감하며 속절없이 무너졌었다. 특히 지난 1일 E조 예선에서 아시아 축구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8골을 헌납하며 8-0으로 패배,아시아 축구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하지만 한·일·중 3국은 이날 경기에서 과거와는 다른 아시아 축구의 면모를 보여줄 작정이다. 한국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사우디의 패배는 유럽과 아시아의 격차를 잘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유럽 강호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해 온 만큼 폴란드전에서 경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인 점은 아시아 축구의 '반란'을 조심스레 점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H조에 속한 일본은 사이타마 월드컵경기장에서 벨기에와 첫 경기를 갖는다. 일본도 월드컵에 처녀 출전한 98년 프랑스대회에서 3패만을 기록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 축구를 접목시키기 위해 일찌감치 프랑스 출신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을 영입,이번 대회를 준비해 왔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듯 탄탄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게 일본의 최대 장점. 지난 5월25일 강호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팀내 분위기가 상당히 고무돼 있다. 일본 국민들도 첫 상대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어서 월드컵 첫 승은 물론 16강 진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드컵 청부사'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을 앞세워 사상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중국도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전에 대비,필승 결의를 다지고 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터키와 함께 C조에 속한 중국은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첫승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한·중·일 3국 모두 이날 경기를 승리하면 16강에 한 발 다가서지만 패하면 남은 경기에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4일이 '아시아 축구의 날'이 될지 주목된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