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거꾸로 행정" 반발 .. 정부 '금융조회 비용분담' 조항 삭제

정부가 금융실명제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금융거래정보 조회비용 분담 기준'을 마련했다가 관련 조항을 삭제, 금융정보 조회를 둘러싼 행정기관과 금융회사간 마찰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국민 조흥 서울은행장 등이 비용 부담을 들어 체납자의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법원에 이들을 형사 고발한 가운데 이같은 결정이 내려져 파문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한국경제신문 3일자 1.3면 참조 3일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21일 입법예고한 금융실명제법 시행령 개정안중 '금융기관은 제3자에게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해당 고객에게 통보할 때 드는 비용을 정보요구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한 후 법제처에 법안을 이송했다. 이 규정은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국가 및 공공기관에 고객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면서 소요되는 비용(인건비 전산비 등)중 최소 비용(고객통보 비용)은 받아야겠다며 법적인 근거 마련을 요구, 신설되려던 조항이었다. 이 규정이 시행될 경우 오는 7월1일부터 금융회사들은 1인당 1천5백90원에 달하는 고객통보 비용을 국세청 검찰 지방자치단체 등 정보제공 요구자들에게 받을 수 있게 된다.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입법예고 기간중 관련 부처와 협의한 결과 국회와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규정신설에 반대해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은 과중한 비용 부담을 이유로, 국회와 국세청은 금융실명제법에 근거가 없는 임의조항이라는 이유로 규정 도입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거꾸로 가는 행정행위이자 무책임한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안도 없이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재경부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비용 분담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공공기관들이 관련 예산을 쉽게 확보할 수 있으며 △무분별한 금융거래정보 조회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며 관련 조항을 철회한 까닭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작년 11월 은행들에 8만7천여명의 지방세 체납자들에 대한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했으나 은행들이 비용 분담을 요구하며 거부하자 최근 조흥 등 3개 은행장과 6개 은행의 12개 지점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