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는 지금 '헤어쇼'..톡톡 튀는 개성 또하나의 볼거리

'도깨비 머리,닭벼슬 머리,모히칸 머리…….' 헤어 경연장의 모습이 아니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경기장에 선수들이 하고 나온 헤어스타일이다. 지난 2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골잡이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현란한 개인기만큼이나 사람들의 눈을 끈 것은 바로 나이지리아 수비수 타리보 웨스트의 '도깨비 머리'였다. 웨스트는 뿔 모양으로 땋아 물들인 머리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빡빡 민 엽기 머리를 선보였다. 경기종료 직전엔 상대의 결정적 공격을 두 개의 '뿔'로 막아내기도. 잉글랜드의 스타 플레이어 데이비드 베컴은 가운데 머리를 쫑긋 세운 '닭벼슬 머리'를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고 독일의 크리스티안 치게는 가운데 머리만 남기고 옆머리는 다 잘라낸 '모히칸 머리'를 해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헤어스타일 하면 한국의 안정환도 빠질 수 없다. 안정환은 찰랑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를 한동안 고집하다가 최근 들어 단발의 아줌마 파마로 머리 모양을 과감히 바꿨다. 요즘 미용실에는 안정환 머리를 해달라는 젊은 남성들이 줄을 잇는다고. 골키퍼 김병지는 노랗게 염색한 '꽁지머리'를 트레이드 마크로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운동 선수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킨헤드족'도 여전히 많다. 프랑스의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브라질의 골잡이 호나우두,독일의 스트라이커 카르스텐 양커 등이 빡빡머리의 대명사다. '삼손 머리'도 인기 만점.특히 아르헨티나팀에는 긴 갈기머리를 휘날리는 선수가 유난히 많다. 천재 골게터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를 비롯해 골키퍼 헤르만 부르고스,포워드 아리엘 오르테가 등이 긴 머리의 소유자. 이들은 똑같은 남색 머리띠를 두르고 나와 이채로운 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감독도 멋진 헤어스타일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개막전 대이변의 드라마를 쓴 세네갈의 브뤼노 메추 감독은 금발의 '베토벤 머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판치는 속에서 단정한 머리 모양을 고수하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 잉글랜드의 원더보이 오언,포르투갈의 골잡이 루이스 피구,스페인의 라울 곤살레스 등은 '모범생형' 헤어스타일의 대표적 사례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