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축구 '세계의 벽' 넘는다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켜라.'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국가들은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차군단' 독일에 8-0으로 참패했고 '만리장성'중국은 비교적 약체인 코스타리카에 0- 2로 무너졌다. 예선 H조의 일본은 비교적 약한 팀으로 분류되는 벨기에와 2-2로 간신히 비겼다. 예선 D조의 한국만이 폴란드를 상대로 2-0의 승리를 거둬 아시아의 체면을 지켰다. 한국은 이번 승리로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의 지위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세계속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아시아 월드컵 도전사=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을 밟아본 아시아 국가는 총 9개국이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아시아국가중 처음으로 참가한 이래 86년 멕시코-90년 이탈리아-94년 미국-98년 프랑스-2002년 한·일 월드컵 등 모두 6차례 본선에 오르며 아시아국가중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94년 미국,98년 프랑스,2002년 한·일 월드컵)가 3회로 그 다음이고 일본(98년 프랑스,2002년 한·일 월드컵)과 이란(78년 아르헨티나,98년 프랑스월드컵)은 본선에 2회 참가했다. 북한(66년 잉글랜드월드컵),쿠웨이트(82년 스페인월드컵),이라크(86년 멕시코),아랍에미리트(90년 이탈리아월드컵),중국(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차례 본선 무대에 섰다. 지금까지 아시아국가들이 치른 예선전 횟수는 50여차례에 달한다. 이중 승리를 맛본 것은 5차례.북한이 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1승을 올리며 첫 승전보를 울렸고 사우디아라비아가 94년 미국월드컵에서 2승,이란이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1승을 따냈다. 이어 2002년에 한국이 폴란드를 꺾고 승리팀 대열에 들었다. ◆아직도 세계의 벽은 높다=사우디아라비아의 대패에서 보듯이 아시아 축구는 아직도 세계수준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월드컵에서 아시아국가중 유일하게 2승을 올린 팀으로 그동안 월드컵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팀이 0-8의 믿어지지 않는 점수로 대패를 당해 아시아 축구는 50년 뒤로 퇴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 출전국 쿼터량을 늘리려는 마당에 사우디가 참패를 당해 아시아 국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나마 한국이 빼어난 경기로 폴란드를 꺾어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16강 가능성=지금껏 아시아국가중에서 월드컵 본선 2회전에 오른 것은 북한과 사우디가 유일하다. 그만큼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운 게 본선 2회전 진출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다. 중국과 사우디는 일단 첫 경기에서 지는 바람에 16강 가능성이 낮다. 역대 월드컵 사상 개최국이 16강(2회전)에 오르지 못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한국은 일단 1승을 올리며 북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시아국가중 세번째로 본선 2라운드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다.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에 처음 출전해 3전 전패를 당했던 일본은 첫 경기에서 벨기에와 비기며 첫 승점포인트를 따냈으나 16강 진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