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치도 축구만큼 키우자


한국 축구가 폴란드를 제물로 월드컵 사상 첫 승을 기록한지 만 이틀이 지났지만 온 국민의 흥분과 감격은 아직도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남녀도,노소도,빈부까지도 뛰어넘어 보인다.
"축구선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데 정치인은 절망을 준다." "축구는 국민을 한덩어리로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정치는 분열만 초래한다." 월드컵 첫승이 국민들에게 감동과 함께 일체감을 심어준 것을 보면 이런 축구예찬론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며칠사이 경제 문제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환율하락과 증시불안 등에 대한 시름도 잠시 접어둔 모습이다.
저녁모임 약속을 해도 "축구중계 볼 수 있는 데로 가자"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축구 열기에 밀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떨어진다.


이번 지방선거에 누가 출마했는지,지역정치라는 경기에서는 선수를 몇 명이나 뽑는지조차 모른다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일주일도 안남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보면 "누가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했는가"하는 회의가 들 지경이이다.


축구 예찬론자들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대외적으로 국가이미지를 높이고,안으로는 화합을 거두고,국민 개개인에게 엔돌핀도 펑펑 나오게 하고…"
그러나 냉정히 보면 축구보다는 정치와 행정,국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교육과 세금 등 기본생활을 규정하고 경제활동에 관한 각종 규칙도 이쪽에서 만든다.


스포츠관련 제도나 예산 배정도 이들의 몫 아닌가.


이런 막중한 일을 하는 정치의 한 축인 지방선거가 냉소의 대상이 되거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축구는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떤 이유로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는가.


비난보다는 응원을,억압적 강요보다는 실현 가능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선수와 감독의 기량 탓에 앞서 국적불문,외국 감독까지 과감히 영입하는 전폭적인 지원과 애정 덕분에 축구의 발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 결과 국민들의 희망도 됐다.
정치권에도 애정과 관심,지원을 보내 격을 한단계 높여보자.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