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국戰이 기다려지는 이유

6일오후 5시 경주 화랑연수원. 한국축구 대표팀은 전날 회복훈련을 한데 이어 이날은 족구를 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7일부터의 본격 전술훈련을 앞두고 마지막 '휴식'이었다. 운동장을 찾은 경주시민 5백여명은 비록 족구지만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연신 환호와 탄성을 쏟아내며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이 포르투갈을 3-2로 꺾은 대이변을 지켜봐서였을까. 선수들의 얼굴에선 폴란드전 승리의 기쁨은 온데간데 없고 비장함만이 느껴졌다. 허진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은 "미국의 승리로 대표팀이 적잖이 당혹스러워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선수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미국을 확실하게 제압해 당당히 16강에 오르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선수들은 굳은 표정 뒤에 강한 자신감을 품고 있었다. 수비수 최진철은 "우리는 3전 전승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며 "미국은 반드시 잡는다"고 다짐했다. 히딩크 감독도 "미국의 3-2 승리는 전혀 놀라울 게 없는 결과"라며 "한국은 이미 미국을 잡을 비책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해 미국전 승리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히딩크 감독은 폴란드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서 폴란드 예지 엥겔 감독으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자 그를 부둥켜 안아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나의 최종목표는 16강도,8강도 아니다.게임마다 최선을 다해 승리를 일궈내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히딩크 감독.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땀'과 '눈빛'만으로 선수들을 지도해 한국축구 48년사에 월드컵 첫승을 선물한 그가 오는 10일 대구에서도 승자의 입장에서 브루스 어리나 미국팀감독을 부둥켜 안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주=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