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무역수지와 인력수지

"국적을 불문하고 국가의 부(富)를 창출하는 '기업'과 '인재'를 국내에 적극 유치하자." 얼마 전 일본 경제산업상이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제시했다는 '산업구조 개혁을 위한 긴급제언' 중 하나다. 이 같은 '국적불문 유망한 기업과 인재의 유치'는 △기술혁신을 통한 일본의 고부가가치 거점화 △기업활동을 지지하는 인프라 강화를 통한 고비용 구조의 개선 △서비스산업의 민간개방과 고용기회 확대 △동아시아 자유비즈니스권 형성 △수요를 확대하는 경제구조 형성과 더불어 일본의 '경제구조 개혁을 위한 6가지 국가전략'으로 체계화됐다. 기업 및 인재유치와 관련,경제산업성이 생각하는 복안 중에는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세계표준에 맞춘 법인과세의 지속적 재검토,'규제개혁 특구'의 조기실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해외 두뇌유치 촉진을 위한 '두뇌유입 확대 3개년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금년 내로 완성될 두뇌유입 확대 3개년 계획에 담길 사항들로는 비자 규제완화,연금의 이중지급을 방지하기 위한 연금협정 체결,의사면허의 상호승인,외국인이 살기 좋은 주거환경 및 교육환경 정비 등 다양한 내용들이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될는지는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이웃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어쨌든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되돌아 보게 하고,또 신경쓰이게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다. 최근 국내에는 남아줬으면 하는 인력들이 아예 해외로 빠져 나가려는 좋지 않은 조짐도 감지되고 있는 터이고 보면 특히 그러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이라고 할 삼성이 국적을 불문하고 두뇌를 채용하겠다고 나섰다. 한마디로 기업차원의 '두뇌유입 확대계획'이다. "앞으로 뭘 먹고 살지 계속 고민해 온 결과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사람과 기술이더라"는 내부의 절박한 결론이 국적불문으로 나타난 것일까. 삼성이 중국 인도 러시아처럼 우수인재가 많고 기초과학이 강한 나라들의 인재를 국내에 유학시키는 제도를 확대하겠다고까지 하는 걸 보니,어쩌면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판단한 것 같기도 하다. 이웃나라 일본정부가 저러고 있고,국내 대표기업 삼성이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우리 정부를 쳐다보게 된다. 기업이 할 일이 있고,정부가 할 일이 있다. 수출입 동향을 체크하며 '무역수지'만 따질 일이 아니다. 무역수지 점검 못지 않게 이제는 누가 들어오는지,또 누가 나가는지 양적ㆍ질적인 '인력수지'개념이라도 도입해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유학생이든 외국인이든 유망한 해외인력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환경이라면 당연히 외국기업들도 들어오고 싶어할 게 틀림없다. 그 정도면 국내의 기업,국내의 인력양성에도 좋은 환경일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정부가 '두뇌유입 확대 환경조성 계획'이라도 수립,기업에 화답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