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빗장거는 미국과 국제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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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국제화·세계화의 상징이었던 미국이 갈수록 '개방의 문'을 걸어 잠그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개방화 정도는 세 가지 기준에 의해 평가된다.
△사람의 이동 △상품의 이동 △자본의 이동 면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점이다.
◆빗장을 걸어 잠그는 미국=현재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반덤핑관세와 긴급수입제한조치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다.
다른 국가엔 개방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전형적인 야누스의 모습이다.
최근 들어서는 자본의 이동에 대해서도 통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재무부는 외국기업들에 대한 세제 강화를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안은 소득공제규정(ESR)을 강화해 미국내 외국기업들이 본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순익에서 공제해 주는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만약 이 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미국내 외국기업들의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외국기업과 외국자본들의 미국 유입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
부시 정부는 조만간 외국 방문객들을 상대로 지문 채취 등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대상자 범위를 현행 4개국에서 35개국으로 확대한다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더욱이 국토안전부를 신설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전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명목은 추가적인 테러를 방지하고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나 이 부가 신설될 경우 사람과 상품,자본의 이동을 총체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미국경제의 위상과 세계경제=문제는 현재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이 너무 커질 대로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경제는 세계소득(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다.
세계 수입창고로서 세계 각국 경제의 완충역할을 담당함에 따라 미국경기의 모습에 의해 세계경기의 진폭과 주기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국제 투자자금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 유입된 상태다.
특히 포트폴리오 자금의 미국에 대한 투자비중은 훨씬 더 높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세계 최대 이민유입국으로 개도국 국민들에게 '꿈과 이상(American Dream)'을 심어 줬던 국가다.
이런 미국이 개방의 문을 걸어 잠글 경우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미국이 세계 제일의 수입창고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세계경기가 재둔화(Double-dip)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상품거래 통제로 세계무역증가율이 1% 감소될 경우 세계경제성장률은 0.25%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의 통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심각하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내 자본의 이탈로 달러화 가치가 20% 떨어질 경우 세계경제성장률은 최소 0.5∼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앞날=바로 이런 점이 빈곤문제와 함께 글로벌화의 단점이기도 하다.
결국 이럴 때 세계 공동 발전을 목표로 창설될 국제기구의 역할과 세계 각국간의 공조체제가 강화돼야만 최근과 같은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 문제 역시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과도기적인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변수가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 주체들의 위험관리 능력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