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월드컵과 국가경쟁력..文輝昌 <서울대 국제경영학 교수>

월드컵 우승국과 주최국 중 어느쪽이 좋은가. 축구만을 위해서라면 우승하는 것이 좋겠지만,경제적 효과면에서 보면 주최국이 좋다는 연구가 있다. 지난 40년간 월드컵 전 2년에서 후 2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우승국은 평균 0.1% 감소한 반면 주최국은 평균 1% 증가했다.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다고 경제적으로 반드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축구 종주국 영국의 예를 들어 보자.영국은 현재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소비지출이 너무 늘어날까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과열상황인데,이러다가는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자율을 너무 많이 높여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 골치아픈 것은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결근이 많아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영국에서 실제로 월드컵 기간 중에는 결근율이 평소의 약 5배에 이른다. 이러한 역효과가 월드컵이 개최되는 2분기중 국내총생산(GDP)의 0.8%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월드컵 주최국에도 이러한 역효과가 있지만 그래도 순효과가 많다. 예를 들어 축구경기를 보러오는 많은 외국 관광객이 있고,또한 축구관련 건설수요와 그에 따른 고용증대효과가 있다. 따라서 우승국과 주최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주최국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더욱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그런대로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너무 우리 팀의 승패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주최국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서 좋은 성과를 얻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두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실력있는 승리를 하자.우리는 16강에도 오르고 싶고,더 나아가 우승도 하고 싶다.그러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승리는 허수이고 부작용만이 있을 뿐이다. 냄비처럼 끓는 투혼만으론 안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체력과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특히 다혈질이어서 잘 하다가도 지나칠 때가 많다. 우리의 응원열기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스포츠 경기는 전쟁과 다르다. 전쟁은 적개심에서 시작하지만,스포츠 경기는 친선에서 시작한다. 전쟁은 무조건 이겨야 하지만,스포츠 경기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의 향상된 실력을 보면서, 그리고 다른 나라의 세계적인 선수들의 실력을 보면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둘째,월드컵을 세계화의 계기로 삼자.한국인은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특히 강하다.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은 폐쇄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지난날의 쓰라린 역사는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에 대한 배척으로 나타나곤 했다. 이제 히딩크 신드롬을 발전시켜 한국을 열린 사회로 바꿔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현재 모두 외국인을 대표팀 감독으로 두고 있다. 1백년 전 세계화에서는 우리가 제일 늦었지만,지금은 우리가 제일 빨리 할 수 있다. 히딩크 신드롬이 삼성에서 시작됐다. 며칠 전 삼성이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 각국의 인재를 등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얘긴데 신문기삿거리가 되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까지 그만큼 세계화가 덜 돼있다는 의미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도 끌어들이고 우리 또한 적극적으로 세계로 진출해야 한다. 세계화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연구에 있어 세계 최고 권위자인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기회(Chance Event)를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어떤 국가가 경제적으로 급격히 도약한 배경에는 반드시 어떤 기회적 사건이 있다. 현재 월드컵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온세상이 월드컵 열기로 가득차 있고,오랜만에 우리의 신바람이 일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벌써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이다. 그러나 완벽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월드컵에서의 진정한 성공은 무조건 16강에 드는 것이 아니라 실력만큼 올라가는 것이고,무조건 '대~한민국'으로서 단합하는 것이 아니라,세계화의 열린 마음을 갖추는 것이다. 월드컵은 우리에게 정말로 좋은 기회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