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균형재정 의지 흔들림없어야

정부 각 부처의 내년 예산요구액이 1백4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금년도 예산보다 25.5%가 늘어난 것으로 분야별로 보면 중소기업 및 수출지원 요구액이 가장 많이 늘었고, 부처별로는 중앙인사위원회가 전산망확충사업 때문에 금년의 5배정도를 요구했다는 게 기획예산처의 집계결과다. 물론 각 부처의 예산요구는 해당관서의 희망사항일뿐 그대로 편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규모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예산편성의 기초를 이룬다고 보면 이 또한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산당국인 기획예산처는 지난 3월말 각 부처에 예산편성지침을 시달하면서 경상경비는 동결하고 주요사업비 증가율은 10% 이내로 억제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그런데도 예년과 다름없이 이번에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안되면 말고'식으로 요구부터 부풀려 놓고 보자는 비능률에서 벗어나야 한다. 5월말까지 예산요구액을 제출하는 것은 법률에 정해진 일정의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기획예산처는 국회에 제출할 정부예산안 편성작업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예산요구액의 마감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작업의 본격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당국이 유념해야 할 과제가 적지않다. 우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부가 약속한 균형예산의 편성과 긴축재정 의지를 약화시켜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해말 현재 중앙정부의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어섰다는 정부의 공식통계만 보더라도 재정긴축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또 정부예산안 편성에서 합리적인 정책우선순위에 입각해 철저히 적용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중소기업과 수출 지원예산 등의 요구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최근의 원화강세 등 경제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측면이 강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간접시설(SOC) 확충 등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데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부예산안 편성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산당국의 정책의지이다. 올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예산편성 내용에 대해 갖가지 형태의 주문과 압력이 가해질 것은 분명하다.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는 각 정당의 선심성 공약도 결코 이와 무관치않다.행여라도 선심성 팽창예산이란 평가를 받는다면 그로인한 국민세금의 낭비는 전적으로 예산당국의 책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