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공시강화 반발..SEC, 보고시한 단축..상장사 "부실초래"

미국 주요 기업들이 공시요건을 강화하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SEC가 엔론 스캔들 이후 붕괴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재무상황 등의 신속한 공시를 추진하고 나서자 기업들이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부실공시를 초래한다"며 맞서고 있다. ◆기업들,SEC 요구 강력 반발=블룸버그통신은 포천이 선정한 5백대기업 중 코카콜라 코닥 등 50여개사가 SEC의 공시강화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를 비롯한 회계법인들도 SEC의 '신속공시'가 무리라며 기업편을 들고 있다. 기업들은 실적보고서 및 기타 공시를 신속히 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촉박한 마감시한에 쫓길 경우 기업실적보고서가 부실해져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카콜라 맥도날드 코닥 등 해외판매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물리적으로 SEC가 요구하는 기한내에 실적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후진국들의 전산시스템 미비로 조기 실적집계가 불가능하다"(코카콜라) "조기공시는 실적보고서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코닥)는 게 이들 기업의 입장이다. ◆SEC안 완화 가능성=SEC는 지난 4월 신속공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업공시 강화안'을 마련했다. 엔론 스캔들을 선두로 월드콤 글로벌크로싱 다이너지 등의 회계부정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붕괴되자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최종안 및 시행시기를 확정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두 달간 공람에 들어간 SEC 공시강화대책의 핵심은 공시시한 단축. SEC안에 따르면 기존 45일 이내였던 분기실적 공시마감은 30일 이내로 빨라지고 연간실적보고서도 60일 이내(기존 90일)로 단축된다. 주요 계약,임원 인사 등도 사유일로부터 2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SEC 공시강화안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발로 공시강화안이 원안보다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워싱턴에서 기업회계 관련 자문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마틴 변호사는 "공시강화 안 자체가 폐지되지는 않겠지만 시행시기가 늦춰지고 내용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