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한나라 '환호' 민주 '침울' 자민련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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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한나라당 압승,민주당.자민련 참패"로 나타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환호성을 지르는데 반해 민주당과 자민련 지도부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상승분위기를 오는 12월 대선으로 이어간다는 전략 아래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14일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당 개표상황실에 잠시 들른뒤 집으로 돌아가 14일로 예정된 대국민 선언의 구상에 들어갔고,자민련 김종필총재는 당 개표상황실에서 연거푸 물을 마시다가 귀가했다.
◆한나라당=이날 선거개표 결과 당 소속 후보들이 압승을 거두자 "'부패정권 심판론'이 먹혀 들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환호했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는 이날 중앙당 10층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소속 의원들과 전국의 개표 현황을 지켜봤다.
한나라당은 개표 결과 전체 16개 광역단체 중 11곳에서 자기 당 후보들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회창 후보는 당 지도부와 TV를 지켜보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서청원 대표와 김진재 하순봉 김정숙 최고위원,이상득 총장,이강두 정책위의장,남경필 대변인 등 당직자들과 강창성 박원홍 전재희 의원은 접전지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한나라당은 상황실 전면에 지방선거 'D-0'라는 표지판과 함께 '16대 대선 D-189'라는 표지판을 나란히 설치,지방선거 결과를 대선 결과에 연결시키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서청원 대표는 "부패정권을 심판하려는 국민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순봉 최고위원도 "지방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재보궐 선거와 대선에서도 압승을 거둬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이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서 참패한 것으로 나타난 이날 오후 6시부터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한나라당에 뒤지자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박빙의 승부처로 여겼던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조차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득표율이 기대에 못미치자 불안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당사 1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TV화면을 지켜보던 한화갑 대표,김원길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수도권에서의 참패로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동요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전투에 졌다고 전쟁에서 지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자위했다.
정범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우리 당에 대한 뼈아픈 질책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과 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한이헌 후보는 자신의 득표율이 20%를 밑돌자 이날 저녁 일찌감치 귀가했으며 대부분 관계자들도 초반에 벌어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더이상 기대를 걸지 않았다.
제주도 우근민 지사 후보가 한나라당 신구범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하며 시소전을 벌이자 캠프 관계자들은 밤 늦게까지 손에 땀을 쥐며 TV화면을 주시했다.
◆자민련=자민련 당사 주변은 이날 저녁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믿었던 대전시장 선거에서마저 자기 당 후보가 패배했기 때문이다.
이날 자민련 지도부는 개표 결과 자기 당 대전시장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근소한 표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충남에선 심대평 후보가 예상대로 초반부터 여타 후보를 손쉽게 따돌리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 구천서 도지사 후보의 패배에는 "(선거운동 할)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종필 총재,김종호 부총재 등 고위 당직자들은 이날 저녁 5시30분께 당사 지하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에 잠시 들러 관계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 뒤 상황실을 떠났다.
오춘호·김병일·김동욱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