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생활 인터넷 .. 김범수 < NHN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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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열기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회사 안팎에 온통 빨간 옷들이 물결을 이룬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월드컵 기간에는 모두 축구에 빠질테니 텔레비전에 밀려 인터넷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우려는 현실에서는 반대로 나타났다.
월드컵 경기를 놓칠까 싶어 밖으로 쇼핑 나가는 것이 두려운 젊은 사람들은 선풍기 샌들 등의 계절 용품에서 당장 먹어야 하는 식료품까지 모든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월드컵 경기에 대한 각종 이야기들을 뿜어내는 네티즌으로 항상 북적였다.
월드컵 관련 커뮤니티들이 대거 만들어졌고, 게시판에는 월드컵 관련 이야기들로 넘쳐났다.
안정환의 골 세리머니 장면, 월드컵을 주제로 한 플래시, 잉글랜드의 축구 인기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사진 등이 하루 종일 메일과 메신저로 돌아다닌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주자며 메신저로 응원의 파도타기를 보내기도 한다.
인터넷 최고의 악재로 꼽혔던 월드컵에서도 인터넷의 위치는 견고했던 것이다.
처음 인터넷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무척이나 신기해했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정보를 찾고 메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인터넷 사용의 전부였다.
이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몇몇의 인텔리들이 아니라 초등학생들이 숙제를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중년의 아줌마, 그리고 나이가 지긋하신 아버지들까지도 인터넷 게임을 통해 인터넷에 익숙해지셨다.
이렇듯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있어 생활이 되었다.
인터넷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이제 인터넷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위대하고 멋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냐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느냐가 최대의 고민이다.
모두들 월드컵을 인터넷의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번 월드컵은 생활 속의 인터넷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마도 월드컵이 끝나면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월드컵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기억할 것이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올해 월드컵 최고의 명장면을 '아바타 안정환'의 쇼트트랙 세리머니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은 다르다.
사람들은 가장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메일을 주고 받고 있으며, 집안 식구들의 앨범도 인터넷에 마련한다.
동네 치과에 대한 정보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고, 가장 예민한 돈 문제도 은행에 가는 대신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간단히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