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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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화가 혜원 신윤복(申潤福:1758∼?)의 '단오풍정(端午風情)'을 보면 한 여인이 그네를 뛰는 가운데 나무그늘에선 둘이 긴 머리를 손질하고 냇가에선 저고리를 벗고 치마를 걷어올린 여인네들이 멱을 감는다.
바위 뒤에선 젊은 스님 둘이 이 광경을 훔쳐보고.
단오(端午, 음력 5월5일)는 중종 13년 설날 추석과 함께 3대 명절의 하나로 지정됐었거니와 조선조말까지 창포물에 머리 감고 남녀노소 함께 그네와 씨름 탈춤을 즐기는 큰 명절이었다.
수릿날(戌衣日ㆍ水瀨日) 천중절(天中節) 중오절(重五節) 단양(端陽)이라고도 불렸는데 수릿날이란 이름은 수리취(狗舌草)떡 혹은 수레바퀴 모양 떡을 만든 데서 생겼다고도 하고, 수리가 수레(車)의 우리말로 높다(高) 신(神)이란 뜻을 지닌 만큼 '높은 날' '신을 모시는 날'을 의미한다고도 전한다.
그런가 하면 전국시대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이 멱라수에 몸을 던진 날을 기린 데서 비롯됐다거나 1년중 양기(陽氣)가 가장 센 날을 택한 것이라고도 한다.
본격적인 더위와 장마철을 앞두고 귀신이나 돌림병 등을 방지하기 위한 의식에서 연유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궁중과 민간 모두 문앞에 부적을 붙이거나 양기 왕성한 오시에 뜯은 약쑥다발을 대문옆에 세워 액을 막고, 부녀자들은 수(壽)나 복(福)자를 새긴 창포뿌리 비녀 끝에 붉은 연지를 바른 단오장(端午粧)을 머리에 꽂아 안녕을 기원했다.
대추가 많이 열리도록 가지에 돌을 끼우는 나무시집보내기(嫁樹)도 이날 행사중 하나였다.
궁중에선 제호탕(매실 사인 등으로 만든 청량음료)과 옥추단(구급약)을 만들어 하사하고, 민간에선 앵두화채와 수리취떡 쑥떡을 해 나누고 단오부채도 교환했다.
여인네들은 또 이날을 기해 얇은 옷을 꺼내고 비녀나 가락지 등 장신구도 시원한 옥이나 비취로 바꿨다.
동의보감은 '쑥은 간과 신장을 보하며 삼월삼짇날과 오월 단오절에 뜯는 것을 상품(上品)으로 친다'고 적고 있다.
명절의 의미는 퇴색했지만 이번 단오엔 가까운 이들끼리 쑥떡과 부채도 나누면서 무더위를 이길 준비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