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공항터미널 매각 무산 .. 貿協 "조건 충족업체 없어 유찰"

이달로 예정됐던 도심공항터미널 매각이 무산됐다. 입찰 시행사인 한국무역협회가 MG캐피털 한무쇼핑 라살(La Salle) 등 입찰 참여업체들을 모두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심공항터미널 지분 37.75%를 갖고 있는 금호그룹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일부 입찰 참가업체들도 무역협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도심공항터미널의 최대 주주(62.35%)인 무역협회는 최근 MG캐피털 등 3개사로부터 최종 인수제안서를 받았으나 매각조건을 충족시키는 업체가 없어 '유찰 선언'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무역협회는 입찰 참가업체들이 예정가보다 가격을 낮게 써냈거나 고용보장 등 협회가 요구하는 인수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락업체들은 "무역협회가 처음부터 매각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겉치레 입찰을 진행해 원매자들을 우롱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본계 '케이즈 네트웍'과 미국계 '모건&모건'의 합작사로 이번 입찰에 참여한 MG캐피털의 경우 17일 마스모토 코오지 회장이 직접 방한,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전해졌다. MG캐피털 관계자는 "무역협회장을 만나 담판을 짓고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동안의 실사 및 출장비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계열 한무쇼핑측도 탈락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도심공항터미널 매매정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도심터미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도 무역협회가 임의로 매각을 무산시킴으로써 그룹 구조조정에 차질을 초래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호는 지난 14일 무역협회에 공문을 보내 "정보공유 차원에서 예정가를 알려줘야 하며 매각이 최종 무산될 경우 금호측 지분을 무역협회가 사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금호 관계자는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지난해 11월 금호측과 합의 아래 공항터미널 지분 1백%를 일괄매각키로 발표한데 이어 지난 3월 국내외 26개사에 입찰제안서를 발송하고 5월에는 MG캐피털 한무쇼핑 라살 아메스 등 4개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었다. 한편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심터미널 매각이 유찰된 것은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달말까지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은 금호측의 일방적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조건이 맞으면 무역협회가 금호측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일훈·정태웅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