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기자의 벤처열전] '예스24.와우북 합병' 그 이후

지난 2월 초 인터넷서점 업계 2위의 와우북 신용호 대표(45)가 1위 업체인 예스24의 이강인 대표를 찾았다. 와우북과 예스24의 합병을 제의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인터넷서점 업계의 미래상을 그려보던 신 대표는 '합병 외에는 인터넷서점 업계가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그는 바로 이 대표를 찾았다. 신 대표는 "책값 할인전쟁으로 인터넷서점 업계가 공멸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생존할 수 있는 길은 합병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별 이득이 없을 것 같다며 합병을 거부했다. 신 대표는 그 후 두 번을 더 찾아갔다. 1·2위가 합병함에 따라 얻게 되는 이점을 거듭 강조하며 이 대표를 설득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의 인터넷서점 업계가 재편되는 순간이었다. 합병 후 회사 이름은 예스24,합병법인은 이 대표가 맡기로 했다. 합병법인은 인터넷서점 업계의 존재기반을 뒤흔드는 책값 할인 폭을 줄일 계획이다. 와우북과 예스24의 합병이 업계 최대 기업 탄생과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기회가 됐다. 신 대표가 와우북을 맡은 지 1여년 만에 인터넷서점 업계의 판도를 바꿔 버린 셈이다. 그러나 합병을 주도한 신 대표는 무대 뒤로 조용히 사라졌다. 신 대표가 경매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옥션의 부사장으로 일할 때도 그랬다. 그는 옥션을 인터넷경매 업체 이베이로 넘기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는 미련없이 와우북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와튼스쿨(MBA)을 졸업한 후 1983년 외환은행에 들어갔다. 1996년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 분야에서 일하다가 2000년 옥션에 합류했다. 그는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는 아니지만 M&A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씨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회장을 존경한다. 신 대표는 당분간 쉬면서 자신만의 사업을 찾을 계획이다. M&A 전문회사보다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재미있게 일할 아이템을 찾고 있다.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