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성모 <美 캘리포니아大 공대 학장>

미국 대학의 최고 CEO로 꼽히고 있는 강성모 캘리포니아대 공대(산타크루즈)학장(57)이 최근 한국에 왔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대와 업무협약을 맺은 다음 18일 대덕연구단지를 방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대학사회에서 성공적인 리더가 되는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반도체 칩 설계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고 있는 강 학장을 KAIST 국제협력처장실에서 만나봤다. "체계적인 교수 관리와 과학적인 학과 경영이 명문 공과대를 육성하는 지름길입니다." 강 학장은 "미국에서는 학과장이 학과 경영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사장'과 같은 권한을 행사한다"며 "명문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교수진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첨단 분야의 잘나가는 교수를 영입하는 일은 프로야구선수 스카우트전을 뺨친다"며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좋은 조건을 미끼로 교수들을 유혹하는 바람에 한시도 마음 놓은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강 학장은 유능한 교수를 유치하기 위해 석좌교수를 2명에서 16명으로 늘리고 연구실적이 부진한 교수의 연구실을 다른 교수에게 넘겨줬다. 매년 10만달러 이상에 이르는 석좌교수의 연구비를 확보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강 학장은 "기업을 일일이 방문,펀딩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교수들의 봉급을 책정하는 학과장의 권한을 십분 활용,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연구성과에 따라 10% 이상 봉급을 차등 지급하면서 경쟁을 붙였다. 조교수가 정교수보다도 보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걸러낸 우수한 교수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서포트를 하는 것도 학과 경영의 중요한 노하우입니다." 최근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과 관련,그는 "미국도 첨단산업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공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크게 줄었다"며 이공계 기피현상은 교수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태의연한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새로운 창안을 통해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고교 진학 후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지므로 공부하기가 어려운 이공계를 기피하게 됩니다." 그는 미국처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캠프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조기에 전공을 결정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 ---------------------------------------------------------------------- [ 강성모 학장 누구인가 ] 강성모 캘리포니아대 공대 학장은 지난 1969년 연세대 재학중 자매결연 대학인 일리노이대로 건너가 학사학위를 받은 뒤 뉴욕주립대에서 석사,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벨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32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세계최초로 개발,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96년부터 2000년까지 일리노이대 학과장을 맡은 다음 지난해1월 실리콘밸리내 캘리포니아대 공대 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에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실시한 대학평가에서 일리노이대를 3위로 끌어올려 놓은 주인공이다. 일리노이대 전기공학과를 90여명의 교수진과 2천여명의 학생을 거느린 초대형 학과로 발전시킨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내 여러 명문대에서 헤드헌팅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