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들 '얄궂은 운명'..하겠다는 사람 자르고...떠나는 사람 잡고..

2002 한.일월드컵대회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각 대표팀 감독들의 운명도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16강과 8강 티켓을 따낸 후 "내친 김에 우승까지 간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사령탑들이 있는가 하면,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쓸쓸히 본국으로 돌아가야하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에서 활약상이 돋보인 명장들에게는 각팀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한편,그렇지 못한 감독들은 오갈데조차 없어진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떠나려는 소매를 붙잡히는 "행복한" 사령탑도 더러 있다. ◆자리가 뒤숭숭한 사령탑들='아트 사커' 군단의 명성을 참담히 무너뜨린 프랑스의 로제 르메르 감독은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가장 체면을 구긴 인물이다. 얼굴이 두꺼운 탓인지 르메르 감독은 프랑스축구연맹과 여론의 경질 압력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축구계 내부에서는 차기 감독을 물색 중이다. '죽음의 F조'에서 고배를 마신 아르헨티나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역시 자리가 불안한 상황이다. 당초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지만 정작 16강 문턱도 넘지 못한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도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사령탑들=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세네갈의 8강을 이끌어낸 브뤼노 메추 감독. 요즘 그만큼 신나는 사람도 없을 듯하다. 메추 감독은 세네갈팀을 맡기 전 10년 동안 무려 5팀을 기웃거려야 할 정도로 이류 인생을 살았지만 지금은 세네갈 돌풍으로 유럽 빅리그가 군침을 흘릴 만한 일류 감독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양 사령탑들도 '사상 최초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면서 쏟아지는 찬사와 러브콜에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이달 말 계약이 만료되는 히딩크 감독은 한국팀을 계속 맡아주기 바라는 전 국민적인 여론 속에서 조국인 네덜란드리그의 아인트호벤,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일본의 J리그 등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도 차기 프랑스대표팀 감독 물망에 오르는 등 행복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밖에 스페인에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한 아일랜드의 마이클 매카시 감독도 2년간 계약을 연장해 입지를 재구축했으며,브라질 출신으로 코스타리카에 귀화한 알렉산데르 기마라에스 감독도 재신임을 얻은 상태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