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맹랑걸.40세 순진男의 엉뚱한 사랑..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

신선도 94%,평점8.2(10점만점). 코미디 "판타스틱 소녀백서"(Ghost World)는 미국 영화비평사이트 로튼 토마토와 IMDB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 영화는 18세 맹랑소녀와 40살 순진남의 엉뚱한 사랑을 발칙한 상상으로 풀어간다. 뛰어난 연기와 삶의 행간을 꿰뚫는 안목 등이 빛나는 수준작이다. 여고졸업반 이니드는 세상을 향해 고슴도치처럼 바늘을 세우는 심술녀. 입삐죽대기,눈꼬리 치켜올리기,뒤돌아서서 키득대기,우선 비웃고 나중에 생각하기,신랄한 독설 퍼붓기,그리고 조금 미안해 하기가 주특기다. 원색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그녀답게 유행을 무시한채 원색옷을 즐겨 입는다. 중년남 시모어도 여느 아저씨들과는 다르다. 안절부절하는 듯한 몸짓,불안한 눈빛,주저하는 듯한 어눌한 말투를 가진 그는 돈도 없고 여자꼬시는 재주도 없다. 그저 남들이 버리는 물건을 수집하면서 고독을 달랜다. 이니드와 시모어의 공통점은 남과 닮기를 강요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 이니드는 주간지 구애코너에 여자찾는 광고를 낸 시모어를 골탕먹이기 위해 접근한다. 이니드가 시모어에게 빠질수록 그녀의 단짝친구 레베카와의 우정은 멀어져 간다. 영화는 아웃사이더들의 창조적 재능,지적호기심,그리고 순수함 등의 미덕들을 포착한다. 혐오스런 행동의 이면에 감춰진 사랑스런 본색들도 놓치지 않는다. 시모어는 타인에게 핏대를 세우는 모습으로 이니드에게 처음 발견되지만 실은 무척 섬세한 성격이다. 왕심술 이니드도 실은 동화속 소녀같은 심성의 소유자이다. "아메리칸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딸로 나왔던 도라 버치,"펄프픽션""웨딩싱어"등에 출연한 스티브 부세미가 주연했다. 21일 개봉 15세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