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책이 있는 풍경] '지식의 최전선'

세상을 이해하기가 날로 어려워진다. 점점 복잡해지고 다차원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학문은 더욱더 전문화되어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내다보기는 정말 힘들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이외에 다른 곳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 걸음 나아가 그런 변화들이 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또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는 실용적인 지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김호기 외 모두 54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지식의 최전선'(한길사)을 권하고 싶다. 지식의 프런티어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54명의 전문가들이 8개의 주제 아래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첨단공학 예술 및 대중문화 등을 포괄한 29개 분야에서 학문적 쟁점을 소개하고 그 토론과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모두 55개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학문적 전투의 성과물을 총 집대성한 책이다. 일반 독자들은 7백21쪽이나 되는 책의 부피에 질릴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다. 모두를 읽어야 할 의무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목차를 보면서 자신이 시급하게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부분을 몇 부분 선택해 보라. 그리고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찬찬히 살펴보라. 이 책이 가진 귀한 가치는 바로 풍부한 최신 정보의 길잡이란 점이다.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핵심 개념과 추가로 읽어야 할 책, 가볼 만한 웹사이트 정보를 소개하는 점은 고객의 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한 편집자들의 기획과 전문가들의 정성이 어우러진 결과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일용할 양식만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앞을 내다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하나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자신의 분야가 점점 외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가고 시간이 값비싼 자원이 돼가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짧은 시간 안에 백과사전식 지식을 충전하면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 폭과 깊이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자신이 가진 지식의 지평을 넓혀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