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반갑지 않은 휴가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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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 내려 워싱턴DC로 가는 간선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많은 IT(정보기술) 회사들을 볼 수 있다.
AOL은 물론 최근 파산 신청한 XO커뮤니케이션 같은 통신회사도 신생 벤처기업들과 함께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워싱턴DC 북쪽 매릴랜드주에는 생명기술(바이오테크) 관련 기업들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요즘 이곳의 종업원들은 일찌감치 날아든 휴가 통보에 어깨가 축 처져 있다.
포상휴가나 정식 휴가가 아닌, 무급 강제휴가를 7월 첫째주에 떠나라는 통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7월 첫째주를 통째 쉬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선 마이크로 시스템스나 휴렛 패커드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이 7월 첫째주를 휴무주로 삼은 것은 그 주에 들어있는 독립기념일(4일)이 휴일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어차피 직원들이 독립기념일 하루나 아니면 앞뒤를 포함 2∼3일 쉬는 만큼 비용을 더 절감하기 위해 아예 한주 전체를 통째 쉬기로 결정했다.
그런 기업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덜레스지역에 있는 인터넷회사 베리사인은 7월 첫째주 강제 휴가를 지난달에 공표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매뉴지스틱스 그룹도 곧 1천2백여명의 직원들에게 7월 첫째주 강제휴가를 통보할 예정이다.
6월말을 회계년도말로 잡고 있는 회사들은 강제휴가에 더 적극적이다.
회계년도가 끝난 직후엔 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다, 투자자들에게 비용절감에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강제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강제휴가는 대부분 무급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비용절감효과는 기업마다 다르지만,대체로 2백만달러에서 1천만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강제휴가는 자칫하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독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올 여름 강제휴가를 실시하는 기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미국기업의 수익부진이 심상치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한푼이라도 더 절감하기 위한 기업들의 처절한 노력이 계속되면서 올 여름 강제휴가 통보를 받는 종업원은 더 늘어날 것 같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