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오빠부대'의 열기

연예인의 인기도는 '오빠부대'가 결정한다. 얼마나 많은 팬들을 끌고 다니느냐에 따라 그 연예인이 '톱클래스'인지 아닌지 판가름나기도 한다. 한 방송의 '게릴라 콘서트'는 연예인들의 이같은 '동원능력'을 시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이런 면으로만 보면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은 국내 최고 연예인 수준이다. 대표팀이 가는 길목마다 열광적인 '오빠부대'가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치러야 하는 유명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일 대전 스파피아호텔. 이날 오후 3시께 모이기 시작한 열성팬들은 대표팀이 전술훈련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오후 7시께 1천여명으로 불어났다. 주로 교복을 입은 오빠부대는 선수들이 창가에 모습을 비출 때마다 연신 환호성을 내질렀다. "박지성" "이천수" "… …" 입을 모아 외치면서 밤늦게까지 호텔 주변을 떠날줄 몰랐다. 선수들이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광주 오빠부대의 열기도 대전 못지 않았다. 대표팀이 광주시내에 있는 히딩크 콘티넨탈호텔에 도착한 21일 낮12시. 두시간 전부터 호텔을 에워싸다시피 하고 있던 5백여명의 열성팬들은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 태극기와 플래카드를 흔들며 일제히 구호를 외쳐댔다.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호텔 근처의 옥상에 필사적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오빠부대의 열기는 여중.고생들이 수업을 마치는 오후 4시 이후 절정을 이뤘다. 스포츠 선수들은 연예인과 같이 팬들의 애정을 먹고 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포츠에는 승패가 있다는 점이다. 경기 승패에 따라 인기가 천정과 바닥을 오간다. 대표팀이 한국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것도 뛰어난 월드컵 성적 덕분이다. 22일 스페인전의 경기 결과는 팬들을 더욱 열광시킬 수도, 아쉬움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오히려 더 큰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 진정한 '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선수만이 '진정한 스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대전.광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