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론으로 본 大選후보 스타일] 昌 스모전략 vs 盧 柔道전략

지난 3월 국민경선을 통해 급부상했던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요즘 6.13지방선거 참패후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반면 "노풍"이 불면서 "필패론"에 시달렸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지방선거의 압승으로 표정관리하느라 신경쓸 정도가 됐다. 이같은 노 후보의 "부상과 시련",이 후보의 "위기와 반격"은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데이비드 요피 교수 등이 공식화한 경영전략인 "유도 전략" "스모전략"과 각각 비교돼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공략할때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거나 허를 찌르는 "유도전략"을 구사한 스타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대기업이 자사의 시장지배력과 강점을 극대화해 신흥경쟁자를 반격하는 "스모전략"으로 반전을 이루는 경영전략에 비유되고 있다. ◆유도전략을 사용한 노무현=막강한 경쟁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거꾸러 뜨리는 유도전략은 벤처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자신의 몸을 숨긴채 대기업에 무모하게 정면승부를 걸지 않고 있다가 유리한 경쟁영역을 찾아 신속하게 공격하는데 있다. 인터넷업체인 넷스케이프는 초창기 웹브라우저라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무료마케팅으로 신속하게 시장을 공략,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제품을 따돌려 유도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노 후보는 올초까지만 해도 몸을 낮춰왔기 때문에 당내 경쟁자들의 매서운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반면 '정치자금 고해성사'로 정면대결을 펼쳤던 김근태 의원은 초반 집중견제로 낙마했다. 노 후보는 본격적인 경선전이 벌어지자 '개혁성'과 '신선함'을 화두로 기존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을 집중 공략했다. 고위당직을 차지하거나 당내 지지기반을 마련하는 등으로 '시장지배적' 정치세력과 정면대결한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부분에서 신속하게 우위를 선점한 것이다.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 하는것도 빼놓지 않았다. 초반 울산과 광주지역 경선에서의 승리로 경쟁자인 이인제 의원의 '대세론'을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노 후보는 '정치시장'에서 지배력이 확고하게 굳기전에 지나치게 자신을 많이 드러내 이회창 후보측의 대대적인 반격을 초래했다. 마치 본격적인 판매망을 구축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을 너무 빨리 발표했다가 대기업의 반격을 유도한 것에 비교되고 있다. ◆스모전략으로 반격한 이회창=아무리 유도의 고수라 하더라도 체중 1백70㎏이 넘는 상대와 싸울때면 기술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스모전략'의 핵심은 신흥업체들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강조,상대방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IBM이 "IBM 물건을 사고서 배신당한 사람은 없다"면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나 미국에서 코카콜라가 80년대 경쟁사인 펩시콜라의 음료수 공급 네트워크를 통째로 사들인 것 등이 대표적인 '스모전략'의 사례다. 정적들로부터는 '제왕적 총재'로 불리며 정치권의 '대기업'격으로 통했던 한나라당 이 후보는 '정치개혁'이라는 시장변화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그는 "국민은 정당의 수권능력과 후보의 자질을 보고 국가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라거나 "한나라당은 거함"이라면서 'IBM 컴퓨터'와 같은 안정성을 강조,'노풍'에 대항했다. 이와함께 자민련 함석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등으로 원내의석(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였다. 이 후보는 부패정권 심판론이란 한나라당의 확실한 강점을 극대화하며 민심을 집중 공략,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이끌어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