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월드컵 이제부터다] (1) '국민통합.재도약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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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월드컵 4강 진출.
전 세계를 뒤흔든 대(對) 스페인전에서 가장 열심히 뛴 한국대표 선수는 누구였던가.
12번째 선수, 바로 응원단이 아닐까.
수백만의 '붉은 악마'는 경기장 안과 밖에서, 4천7백만의 응원단은 TV 앞에서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소리껏 외쳤다.
누가 시켜서 나온 외침이 아니었다.
응원가와 함성, 하나됨의 대분출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왔고 쉼이 없었다.
2002 한.일월드컵이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이제 무엇을 갈무리해야 하는가.
본격적인 '경제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던지는 첫 질문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의 단결력과 선진 문화질서가 엿보였다"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이런 가치를 우리 생활속에 자리잡도록 하고 노사간, 계층간, 동서간, 진보.보수간 갈등 해소의 계기로 삼아 화합을 계속 이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월드컵 개최로 고양된 국가이미지에 맞게 우리 사회의 모든 실제 모습을 제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등 해소의 한 방법으로 그는 경기를 치른 지방도시의 세계화 지원 필요성을 손꼽았다.
정치권과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도 분명해졌다.
이번 월드컵은 지난 4년동안 '개혁과 구조조정'이란 과제아래 분열됐던 국가에너지를 하나로 묶어낼 계기가 되기에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현정부 출범후 4년간 개혁을 추진하면서 통합에 반하는 일이 많이 벌어졌다"며 "이제부터 정부와 재계가 먼저 머리를 맞대고 성장의 잠재력을 키워 나가고 국제사회의 신뢰도 얻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좌 원장은 "민.관합동의 국가 IR 행사를 뉴욕이든, 파리든 어디서든 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정치도 4강 축구를 만든 것처럼 열정으로 지원하고 그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다면 성숙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사회를 통합하고 정치와 행정의 구태까지 걷어낼, 4강 축구에서 비롯되는 이 에너지는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당연히 도움될 것이다.
윤창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는 경제에서 심리적 효과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국민통합을 공고히 할 후속조치를 이제 정부가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월드컵의 주요 화두가 될 자신감은 축구경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경기를 개최하고 이기면서 나온 자신감은 예컨대 현재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도하개발회의(DDA)와 같은 통상협상에서 한국 입장을 설득할 때나 기업인들이 해외에서 세일즈할 때도 우러나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도 "88올림픽 때도 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계기가 됐지만 집중력이 바로 흩어져 버렸다"며 이번만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