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미래(리더십 경영학)] 신완선교수가 말하는 '히딩크배우기'

"리더십의 본질은 그 성과에 달려 있다."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다. 리더십의 과정은 평범하고 지루한 것이며 결과가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그는 주장했다.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과를 거둔 거스 히딩크. 한.일 월드컵은 그의 탁월한 리더십을 입증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 대표팀이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시시하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우승 후보들을 속속 집으로 돌려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월드클래스 컴퍼니인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히딩크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이제 그의 리더십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렇듯 히딩크 감독이 극단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이유는 극적인 시기에 극적인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그의 리더십 컬러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출간한 '컬러 리더십'(더난출판)으로 분석하면 히딩크는 보라색의 '변혁적 리더'다. 그는 과거에 약점으로 지적돼온 대표팀의 체력을 오히려 강점으로 변환시키는데 성공했다. '골문 앞에만 가면 똥볼을 찬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듣지 않게 만들었다. '오대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면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변화 프로그램을 배짱으로 밀어붙인 덕분이다. 플레이메이커를 키우지 않는 대신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선수들에게 스스로 변화에 도전하는 '셀프 리더'가 되라고 주문했다. 자신을 변화의 대상자로 보지 않는 선수는 그 누구라도 팀을 떠나야만 했다. 용기를 갖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데 도전한 이러한 히딩크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변혁적 리더를 보게 된다. '4강 신화'를 달성시키는데 성공한 히딩크의 변혁적 리더십은 뜨거운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이미 '올바른 리더만 있으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자긍심과 더불어 개혁과 혁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히딩크의 리더십을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에는 조금 더 냉정한 머리가 요구된다. 한국에는 사랑으로 경영하는 빨간색 '서번트 리더'가 필요하며 몸으로 실천하는 초록색 '파워 리더'도 많아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경쟁하는 주황색 '브랜드 리더'도 국가 경쟁력에 절대적인 요소이다. 조용히 미래를 준비하는 노란색 '사이드 리더', 남색 '비전 리더', 그리고 파란색 '지식형 슈퍼리더'도 곳곳에서 탄생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탁월한 성과를 거둔 순국산 리더들을 기억하는데 인색하다. 구기 운동의 예를 들어보자.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머쥐었던 핸드볼, 여자농구, 여자배구, 하키, 탁구 등의 종목도 있었건만 우리는 그러한 감독들의 리더십은 커녕 성씨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의 리더십을 부정하지 말자. 월드클래스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한국적 리더십 컬러를 도출해 가면서 히딩크식 리더십을 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히딩크에게 전권을 위임한 대한축구협회 임원의 슈퍼 리더십,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 한 박항서 코치의 사이드 리더십, 붉은 악마의 서번트 리더십, 그리고 대표팀 전사들의 셀프 리더십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히딩크의 변혁적 리더십이 더욱 빛나게 된 것이다. 히딩크를 통해 우리는 오히려 순국산 리더들의 리더십 잠재력을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