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월드컵 이제부터다] (2) '메이드인 코리아'를 세계일류로

월드컵 대회기간중 세계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잘 꾸며진 최첨단 경기장, 열정적이면서도 질서 정연한 응원문화. 한국은 더이상 1997년 말 외환 위기를 맞았을 당시의 '추락한 용(龍)'이 아니었다. 걸핏하면 길거리 투석전(投石戰)이 벌어지는 격렬한 노사 분규의 이미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이렇듯 업그레이드 된 '국가 이미지'를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시키는 일이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과제로 주어졌다. 세계 1등 상품이 20여개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 때문에 'Made in Korea'가 '이류'로 간주돼 왔던게 그동안의 현실이다. 이제는 '한국 상품 제값 받기'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제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은 크게 해당 상표.기업.국가 이미지에 따라 값이 좌우된다. 이중 국가 이미지는 상표와 기업 이미지에 앞서 형성되며 나머지 이미지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1세기가 이른바 '국가 브랜드 시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한국은 국가 이미지가 나빠 수출에서 약 30%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다"며 "상표나 기업을 앞세운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국가 이미지가 뒷받침되면 시장 파괴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1백13개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국의 이미지는 분단국가(41%) 서울올림픽(18%) 전쟁(9%) 부패(5%) 등 국가 경쟁력에 해가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린 '민.관 합동 포스트 월드컵 회의'는 이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모임으로 평가된다. 이 자리에서는 월드컵 이미지를 수출품에 접목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LG전자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32개 대회 참가국 주요 언론에 'Thank you(감사)' 메시지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세계 1위 상품들과 월드컵 주요 경기 장면을 배합해 '코리아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정보통신업체인 지엠컴은 별도의 조직위원회를 구성, 월드컵대회 참가국들의 상품을 초대.전시하는 '2003년 포스트 월드컵 대회'를 개최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오는 7월3일 재정경제부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국투자설명회'는 월드컵을 통해 집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경제분야로 연결시키는 좋은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칠두 산자부 차관보는 "대외적으로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지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며 "국가별로 차별화된 이미지 제고 전략을 마련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가 이미지를 관리할 마땅한 주체가 없다는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문화관광부나 국정홍보처 등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으나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아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한국 축구팀이 외국인 거스 히딩크 감독을 받아들였듯이 한국 경제가 외국인 투자에도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