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4强다운 질서의식과 자존심

결승행 티켓을 놓고 승부를 겨루는 대 독일전이 오늘 밤에 열린다. 우리가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기왕이면 결승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보다 소중한 것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단합된 힘을 보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월드컵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주최국으로서의 마무리를 잘 해냄으로써 국력신장의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최근 거리응원에서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 것은 걱정스런 대목이다. 지난 22일의 스페인전 응원 때 고교생이 술을 마신채 트럭을 운전하다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몰려드는 인파에 넘어져 머리에 중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고,폭죽에 현수막이 불타는 화재사고도 있었다. 수백만명이 모이다 보면 이런저런 사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응원열기가 도를 넘고 끝내 불상사로 이어지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더욱이 오늘 열릴 독일전의 거리응원단 규모가 7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한민족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애국심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버스 지붕 위에 오른다거나 승용차 트렁크에 올라앉아 거리를 질주하는 등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응원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국민적 축제에서 생기는 인명사고와 무질서한 응원 뒤풀이는 여태껏 쌓아온 우리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게 된다. 열렬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응원이 끝난 뒤엔 자리를 말끔히 치우는 우리의 수준높은 응원문화는 그동안 국가 이미지를 한껏 높여왔다. 광화문과 시청앞 광장의 거리응원 현장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관광명소로 사랑을 받고 있고, 우리의 축제문화에 매료된 일부 외국인이 응원에 동참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도를 넘는 흥분과 부주의로 국가 이미지를 흐리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경제월드컵으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가 이미지가 높아져 고급상품 수출이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은 우리 국민이 보여준 성숙한 응원문화와 수준 높은 시민의식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 독일전 응원은 물론 남은 월드컵 기간에도 마무리를 잘해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를 최대한 살리는데 한치의 오차가 없도록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4강다운 질서의식과 자존심을 세계인에게 다시 한번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