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자카르타까지 '함성' .. 한.독戰 이웃들 응원전

'태극전사들이 아시아인의 자존심을 살렸다.' '한-독전은 아쉬운 한판이었지만 한국팀은 최선을 다했다.' 한국이 독일에 석패하자 도쿄에서 자카르타까지 한국을 응원한 아시아 축구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 대표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붉은 악마 응원단이 한국팀을 '아시아의 자존심(Pride of Asia)'으로 부르면서 전 아시아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일본=이웃 나라인 일본 국민들은 일본팀이 8강 진출에 실패한 이후부터 붉은 악마로 변했다. KOTRA 도쿄무역관에 근무하는 신태철씨는 "한-독전이 열린 26일 일본인들은 코리아타운에서 교민들과 하나가 돼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고 전했다. 일부 열성팬들은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한국까지 날아왔다. 도키모리 도시요키씨(36)는 경기가 끝난 후 "요코하마로 오기바랐는데 너무 허탈하다"며 "붉은 악마의 영원한 팬이 됐다"고 말했다. 주한 일본인 2백여명도 25일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연회장에 대형 TV를 설치하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채 '대∼한민국'을 외쳤다. 서울재팬클럽측은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한국팀이 잘 싸워줄 것을 기원하는 뜻에서 응원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홍콩=홍콩의 공중파 방송사들은 한국 축구팀을 '아주지광(亞州之光)',즉 '아시아의 빛'이라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홍콩의 정론지 중 하나인 '신보(信報)'도 '아시아의 자랑'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이 이만큼 빨리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IMF를 빨리 극복한 경제력이 원동력이 됐다'고 소개할 정도로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고 있다. 홍콩 한인회와 영사관측은 하버플라자노스포인트 호텔 그랜드볼룸을 빌려 한?독전 응원전을 벌였으며 홍콩 현지인들도 대거 동참했다. 미국계 통신사 서울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김희진씨(26·여)는 "요즘 매일 홍콩 친구들로부터 붉은 티셔츠를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고 있다"며 "우리 축구와 붉은 악마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한마디로 '난리'라는 게 교민들 반응이다. 베트남 ITPC와 투자 관련 업체들은 한국의 4강 진출이 확정되던 날 KOTRA 지사에 화환을 보내 '한국의 승리는 아시아의 승리'라고 축하했다. 베트남인들은 거리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최고의 팀(The Best Team)'이라고 치겨세운다는 게 교민들의 전언이다. 또 한국전이 있는 날에는 베트남 어린이들도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자발적으로 아시아의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 ◆미얀마=KOTRA 양곤 무역관의 김준규 과장은"위성에서 받아 중계하는 레스토랑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한국팀을 응원할 만큼 열광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얀마인들은 1970년 '박스컵'(박정희 대통령컵)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축구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이 명실공히 '아시아의 대표'라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태국=일간지 방콕포스트는 24일 2개면을 할애해 한국 대표팀 관련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예상을 깨고 4강에 진출,아시아의 위상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영국과 일본 축구에만 흥미를 느꼈던 태국 사람들은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 축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반응. ◆인도네시아=수도 자카르타는 한국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한국팀을 응원하는 교민들과 현지인들의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다. 이채정 KOTRA 자카르타 무역관장은 "월드컵을 보느라 백화점 매출이 줄 정도로 관심이 많다"며 "특히 한국의 4강 진출에 대해 인도네시아인들은 아시아의 위상을 높였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장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에는 광장 등에서 한국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공중파 방송과 유선방송 ASTRO를 통해 월드컵 전 경기를 생중계하는 말레이시아는 월드컵 초반에만 해도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이 4강에 진출하자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콸라룸푸르의 한 교민은 "요새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이곳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축하 인사를 건넨다"며 "한국이 아시아의 자존심을 살려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사회부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