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임시공휴일 다음 또 축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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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월드컵 폐막 이튿날인 7월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데 이어 그 다음날에는 월드컵의 성공을 자축하는'국민 대축제'를 갖기로 했다고 한다.
축구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것도 축구선진국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일인데 그 다음날 또 민·관이 합동으로 거국적 대축제를 벌여 공휴일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한달 동안 우리 국민들은 대표팀의 선전에 힘입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환희와 감동의 축제분위기를 만끽해왔다.
이제 축제를 끝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 외에는 모든 기능이 정지됐다고 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사가 축구 하나에 쏠렸던 탓에 지금은 그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그동안 많은 산업체에서 근로분위기가 이완돼 생산과 업무차질이 빚어지는 등 경제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과열된 축제분위기를 후유증 없이 가라앉혀 하루속히 평상심을 회복케 하느냐가 월드컵 이후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판이다.
이런 때에 정부가 앞장서 들뜬 분위기를 월드컵 후까지 연장시키려 한다는 것은 올바른 처사라고 할 수 없다.
거리응원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열정을 혹시라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져 관이 개입하는 새로운 국민축제를 주도하고 나선다면 5공 초기의 '국풍'축제와 같은 난센스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월드컵 효과를 국민통합과 정치 경제 사회 체육 등 각 분야의 발전으로 승화시키겠다는 '포스트 월드컵'대책의 첫 액션플랜이 고작 춤추고 노는 것이 돼선 곤란하다.
지금은 월드컵 4강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진 '파워 코리아' 이미지를 실기(失機)하지 않고 우리경제에 접목시켜 실속있게 활용하고 그동안 미루어놓았던 민생현안 처리와 정치·경제 개혁,국가기강확립 등에 국가적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기관부터 일상으로 돌아가 월드컵에서 분출된 국민적 에너지를 국가발전으로 유도하고 관리하는 일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열기를 식히고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임시공휴일 하루면 족하다.
더이상 국민축제다 뭐다 하여 잘된 글씨에 덧칠하는 격이 돼선 안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성현의 가르침을 정부 국민 모두가 되새겨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