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마감] 금리 5.52%로 7개월중 최저, "지지선 없어"

국채 금리가 주가와 연동돼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미국 기업 회계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스닥선물 폭락을 초래했고 이는 달러 가치 하락, 국내외 주가 및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표 금리는 연중 저점을 경신한 후 지난해 12월에 기록했던 전저점에서 주춤하는가 싶더니 추가 하락했다. 국채 선물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때 원빅(one big) 이상 급등하는 등 장중 변동폭은 지난 10월 이후 가장 컸다. 재경부 관계자가 국내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과민반응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증시 수요 확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는 먹혀 들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행은 최근 실물 지표와 괴리된 장기 금리 급락이 시장 참가자들의 경제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하고 향후 정책 설정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 금리 7개월중 최저 = 26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23%포인트 하락한 5.52%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4일 5.25%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다. 금리는 5.73%로 하락 출발한 뒤 지난 2월 28일 기록했던 전저점 5.71%를 하향 돌파하고 추가 하락했다. 5.46%까지 하락한 뒤 재경부의 구두개입으로 일부에서 차익 매물이 출회돼 5.57%까지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다시 하락폭을 키웠다. 국고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21%포인트 하락한 5.96%로 마감했다. 통안채 2년물과 1년물 금리는 각각 0.11%포인트, 0.01%포인트 하락한 5.69%, 5.33%를 기록했다. 회사채 금리 역시 급락했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가운데 AA- 등급 수익률은 전날보다 0.16%포인트 하락한 6.45%를, BBB- 등급 수익률은 0.17%포인트 하락한 10.38%를 기록했다. 금리스왑 레이트도 빠른 속도로 내려가 마이너스 스왑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국고 3년물 기준 금리스왑스프레드는 전날 마이너스 0.08%포인트에서 마이너스 0.19%포인트로, 국고 5년물 기준 금리스왑스프레드는 마이너스 0.08%포인트에서 마이너스 0.24%포인트를 각각 역전 현상이 심해졌다. 국채 선물은 최근월물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9월물은 7만8,442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92포인트 오른 106.59를 가리켰다. 한때 106.93까지 올라 장중 변동폭이 지난해 10월 11일 기록했던 1.69포인트 이후 최대인 1.21포인트에 달했다. 이날 외국인은 장 초반 대량 차익실현에 나섰으나 장 후반으로 갈수록 순매도 폭을 좁혔다.외국인은 종일 1,170계약을, 증권회사는 1,640계약을 순매도했다. 반면 투신사는 1,585계약을 순매수했다. ◆ 금리 지지선 설정 무의미 = 채권 시장 관계자들은 금리 지지선을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교보투신운용의 임상엽 과장은 "5.50%를 마지노선으로 봤으나 장중 붕괴됨으로써 지지선이 없어졌다"며 "장중 차익매물을 내놨던 한두 군데 기관도 물량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다시 매수에 나서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현대투자신탁증권의 최재호 연구원도 "금리가 주식시장을 보고 움직이기 때문에 추가 하락가능성이 크다"며 "주식 급락을 초래하는 미국의 회계 불신 등 주변 요인이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은 없어 금리 반등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장중 한때 장기물 채권의 공급을 늘린다는 루머가 돌며 금리가 낙폭을 좁히기도 했지만 현재 금리 급락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수급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가 나와도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미국에서는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발표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1.75%인 연방기금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전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 또한 실현이 불가능해 보인다. 이날 CNBC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 FRB가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면 시장은 이를 현재 경제 상태가 극도로 열악한 것으로 FRB가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해 주가 폭락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