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드컴, 사상 최대 분식회계..38억弗 규모..세계 금융시장 대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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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요일'의 주범은 미국 2위 장거리 통신업체인 월드컴의 사상 최대 회계부정사건이다.
1990년대 미국 기업 '성공신화'의 대표주자였던 이 회사가 38억달러에 이르는 회계조작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엔론 붕괴 이후 전세계로 확산돼온 기업 회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무분별한 투자와 통신업계의 부진으로 경영난에 빠진 월드컴은 주가 속락에 이어 대형 회계부정사건까지 터지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월드컴 주가는 2000년 한때 주당 64달러를 웃돌았으나 25일 시간외 거래에서 0.32달러까지 떨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월드컴은 25일(뉴욕 현지시간) 증시 마감 직후 지난 2001년과 올 1분기 지출항목의 회계가 일반적인 회계원칙에 맞지않게 처리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부적절하게 계상된 금액은 2001년 30억5천5백만달러,올해 1분기 7억9천7백만달러 등 모두 38억달러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말 미국경제에 파문을 일으킨 엔론의 회계조작 규모가 15억달러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다.
지출항목에 들어가야 하는 금액이 자본투자 항목으로 이전돼 EBITDA(이자와 세금,감가상각비 등을 공제하기 이전의 영업이익)가 인위적으로 부풀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회계처리가 없었다면 월드컴은 2001년과 올해 1분기에 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수습하나=월드컴은 이날 회계부정사건의 전말을 스스로 밝히고 최고재무책임자(CFO) 스콧 설리번과 수석 부사장 데이비드 마이어스를 퇴진시켰다.
또 향후 1년내 1만7천명을 감원하고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통해 연간 20억달러를 절감하는 사업 재건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월드컴이 파산보호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가 3백20억달러에 달하고,회사신용등급도 정크본드수준으로 떨어져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