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적대적 M&A' 부활론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엔론 스캔들 이후 기업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 듯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물론 언론도 앞다퉈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엔론사태를 비롯한 최근의 분식회계 스캔들이 20여년전 '적대적 인수합병'을 제한한 정부규제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나쁜 경영자를 교체시키는 가장 강력한 시장메커니즘인 적대적 인수합병이 활성화될 때까지는 새로운 스캔들이 계속 터질 것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경영진을 교체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기업이 망가질 정도로 경영이 엉망이면 주가는 폭락한다. 이때 새로운 기업이 등장,망가진 기업을 인수해 경영진을 능력있는 인물들로 교체한다.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 자체가 경영진으로 하여금 주주이익을 위해 경영하도록 독려하는 인센티브가 되는 것이다. 현대적인 적대적 인수합병기법이 완벽에 가까웠던 1950년대말과 60년대 중반까지 미국엔 '기업지배'를 위한 자유시장이 존재했다. 주주들은 주가보다 40% 가량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라는 제안을 받곤 했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에 위협을 느낀 경영자들은 의회에 로비를 시작했고 그 결과 적대적 인수합병을 어렵게 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다. 지난 68년 통과된 윌리엄 법안이 그것이다. 80년대에는 각 주들도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더욱 억제하는 조치들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후 적대적 인수합병이 급격히 줄면서 무능력한 경영진을 제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장치가 사라졌다. 물론 그후에도 상장기업의 경영진은 계속 바뀌어왔다. 그러나 종전과 달리 경영권을 넘길 때 지급받는 프리미엄을 주주가 아닌 경영진이 챙기고 있다. 팔리는 기업의 경영진은 인수기업의 주식이나 스톡옵션 또는 막대한 퇴직금과 특별보너스 등을 받고 있다. 기업을 엉망으로 경영한 경영자일수록 더 많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긴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인수합병 중 적대적 인수합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에서 4%로 축소되면서 경영진의 보수가 급격히 늘고 기업파산과 경영스캔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의 재갈을 다시 풀었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한 비용이 재갈을 물린 이후에 비해 훨씬 적어질 것이다. '기업지배' 시장의 자유기능을 억제하는 법률조항은 단지 부적절한 경영진을 교체시키는 비용을 증가시킬 뿐이다. 더욱이 그 비용은 경영자가 챙겨간다. 해결책은 분명하지만 간단하지는 않다. 기업 공개매입을 저해하는 수많은 법률조항과 규정을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기업들은 통제되지 않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70년대와 8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물론 경영자들은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 또 다시 비명을 지르고 반대로비에 나설 것이다. 비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인수합병 정책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바뀌면 경영진의 보수는 급격히 줄고 회계법인에 가해지는 분식회계 압력도 감소할 것이다. 이때 미국기업들은 새로운 혁신과 높은 효율성 수익성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이 글은 26일 헨리 G 만 미국 조지메이슨대 로스쿨 명예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Bring Back the Hostile Takeove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