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공자금 회수가 목표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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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발표했다.
외환위기 이후 모두 1백56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회수율은 55.6%에 이를 전망이며 회수불능인 69조원은 금융권과 재정에서 연차적으로 분담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결과 성장 잠재력이 0.68%포인트 높아졌고 1백30조원 내외의 세수효과가 있다는 민간연구소들의 분석자료도 제시됐다.
공적자금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다시 성장궤도로 복귀하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제시한 대로 현재 26.9%에 그치고 있는 공적자금 회수율을 55.6%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또 회수불능으로 추정되는 69조원에 대한 분담계획이 금융시장과 재정운용에 별다른 부작용 없이 가능할 것인지는 적잖이 의문이다.
공자금 추가회수의 가장 큰 부분인 18조원의 출자주식 매각만 하더라도 최근의 증시동향을 보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채권 매각으로 13조원을 회수한다는 방안 역시 최근의 부실기업 매각속도를 보면 안심하기 어렵다.
향후 25년동안 예금보험료를 0.1%포인트 인상하는 방법으로 금융권이 20조원을 부담하고 세금을 더 걷어 재정에서 나머지 49조원을 부담한다는 상환계획도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목을 늘리지는 않겠다고 하지만 부침이 심한 경기흐름상 정부 생각대로 세금이 충분히 걷힐지도 의문이고 공자금과 관계없는 금융회사들까지 보험료를 추가부담하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회수율'이라는 수치목표에 급급할 필요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공자금 회수율은 금융회사들이 정상화되고 증시가 안정되면 결과적으로 높아지는 것일 뿐 목표를 세운다고 달성되는 것은 아니며 재정 역시 경기가 회복되면 자연히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공자금 회수가 재정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그렇지 않아도 경직적인 재정·세제운용이 공자금 문제로 더욱 탄력을 잃게 된다면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 약화등 부작용만 커지지 않을지 걱정된다.
허구적인 숫자로 표시된 목표를 제시하는 것보다는 부실 기업들을 투명·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공자금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길이다. 정부가 의미없는 숫자로 국민들에게 최면(?)을 걸어 체면이나 유지하려 드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